[박헌오]유월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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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유월의 문화

[시론]박헌오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14-06-11 13:59
  • 신문게재 2014-06-12 17면
  • 박헌오 대전문학관장박헌오 대전문학관장
▲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대전문학관 사랑방에서 밖을 내다보면 조선의 나무가 보인다. 조금 아래로 고개를 돌리면 백제의 바위가 보인다. 지난해 봄에 심은 대나무도 보인다. 모두가 그 나름의 빛을 품고 어울려 살아간다.

땅 속에는 멸망하지 않은 나라들이 한 덩어리로 있고, 영원이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짚어가며 흐르는 생명들이 존재한다. 지상에서는 무시로 명멸이 일어나지만 지층 속에는 알 수 없는 시원과, 가늠할 수 없는 영원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하나씩 꽃을 꺼내고, 향기와 색채와 모습을 꺼내어 쓰고 있다. 이 땅의 빛과 색채와 향기와 형체를 결합하여 유한한 삶이 피었다가 다시 땅속으로 돌아간다.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는 사랑을 배운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애향심(愛鄕心)이라 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애국심(愛國心)이라 한다. 우리는 유월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 바친 영령들을 뒤따르는 길을 찾아가며 선열들의 고결한 희생에 보답하고자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였다. 이 나라 이 땅의 국민들이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이다. 따라 죽을 수 있다는 의지이기도 하지만, 그에 이르기 전에 지혜로운 실천 덕목을 찾아서 행하겠다는 결의다. 죽어가는 자를 살려내는 의사보다 건강을 지키게 만드는 의사가 현명한 명의임을 알아야 하듯이 평화로운 때에 행할 바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나랏일을 바르게 수행하고, 생산적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며, 사랑이 넘치는 나라와 향토와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원이 되는데 누구를 예외 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기도 하지만, 바른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장애가 되는 사람들을 징벌하고 돌이켜 놓기 위한 희생도 정당하다. 이번 유월 지방자치 선거에는 온 국민이 고뇌한 흔적이 역력하다. 모두가 그 결과에 대해서 충심으로 받들겠다는 결의가 보인다. 잃어버릴 수 없는 약속이요, 거역할 수 없는 역사발전의 숙명이다.

그동안 지방자치 선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후퇴만을 거듭했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이 있었다. 당선시켜 주면 전체 주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겠다는 약속을 소홀히 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숨겨두었던 야심을 슬며시 채우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일도 없지 않았다. 그 같은 관행이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차라리 지방자치제도가 좀 더 축소되어야 하고, 엄격한 봉사 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회자된다. 정말 이번에는 건강하고 올바른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혁신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바람은 뜨겁다. 대부분의 지방자치 선거 당선자들이 애향심을 가진 지역출신이란 점은 향토의 뿌리문화와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음이다. 최후의 목숨까지도 그 땅에 묻을 각오로 일하라는 주민의 요청도 담겨있다.

유월에 지방자치 선거가 이루어지는 의미도 특별하다. 초심을 버리고 붕붕 떠서는 안 된다. 원로교수 한 분이 일본의 어느 지방 문학관을 방문했는데 그곳에 전시된 작고문인 작품을 너무나 감동적으로 설명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존경스런 작가'라고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후에 동행했던 동경의 작가에게 물어봤더니 동경에서는 잘 모르는 작가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 지역문학관에 흐르는 애향의 문학정신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향의 마음, 고향의 문화, 고향에 대한 사랑으로 4년을 봉사하기를 소망하고 기대한다. 우리고장의 현대사에도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지방자치 선출직들 모두가 반세기 전 새마을지도자들만큼만 투철한 정신으로 봉사해도 혁신할 수 있다. 지방자치 선출직은 어설픈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완전한 봉사자임을 명심해서 애향 애민의 전통을 올바로 세워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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