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수단들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하듯이 서로 간 의사소통 없이는 일분일초라도 살아갈 수가 없다. 태초부터 서로 의사소통을 위해 효과적인 수단들을 찾아 고민하고 개발하여 왔다. 아마도 처음에는 몸짓이나 간단한 소리 등을 이용하였을 것이다. 그 뒤에 인지가 발달하면서 그림이나 문자의 초기 형태를 활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좀 더 사회가 발달하면서 거울이 등장하게 되고 이쯤에서는 거울과 빛을 활용하여 의사소통을 했을 것이다. 특히 불을 쓰기 시작하면서 밤에는 불빛을 이용하고 낮에는 연기를 이용하였을 것이다.
요즈음 통신수단들은 전화기가 발명되면서 주로 청각을 이용하는 측면들이 많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신수단은 직접 전달하거나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신호체계가 대부분이었다. 요즈음도 어느 지점에서 검푸른 연기가 치솟아 오르면 불이 난 것으로 알고 대처하게 된다. 연기와 불길은 생각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불빛과 연기를 활용하는 신호체계는 당시 매우 빠르고 가장 효과적인 소통수단이었다. 봉수는 바로 이러한 불빛과 연기를 활용하는 최첨단 통신수단이었다. 낮에는 연기를 피워 알리고 밤에는 불을 피워 알렸다.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은 깃발이나 파발 등 다른 통신수단들을 이용하였다.
특히 바람이 불면 연기와 불이 흩어지므로 연기와 불꽃이 똑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을 꾸준하게 궁리하고 고안하였다. 특히 낮에 짙은 연기를 피워내는 일이 어려웠는데 쇠똥이나 말똥, 야생 짐승똥 등을 서로 섞어서 연기가 짙어서 잘 흩어지지 않고 곧바로 위쪽으로 치솟을 수 있는 효과적인 연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봉수는 비상시에만 쓰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 같이 불을 피우는 일을 맡아보는 봉수군이 있었다. 봉수군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면서 나라와 겨레를 지키기 위해 외적의 움직임을 빈틈없이 살피던 국가 방위의 최전선에 있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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