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성현 예산 시량초 교사 |
하지만, 때론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시릴 때도 있다. 바로 아이들이 무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을 때이다. 생명이 움트는 따스한 봄 햇살과 교정 곳곳 가득 분홍 연산홍 앞에 앉아 있는 어두운 그림자들은 '선생님, 저 마음이 아파요. 치료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어쩜 생활 속 우리들이 찍은 사진은 풍경이나 사람이 아니라 표정을 담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감정이 먼저 움직여야 그 시선은 의미가 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감정이 없는 것은 금세 잊어버려 추억이 되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아이들도 감정을 가지는 사람인데, 분명히 그들만의 세계가 있을 텐데 어른들은 끄집어 내지 못하고 '안 돼, 하지마! 아니면 잘했어, 좋아!' 이것이 전부이다. 갈등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기쁨의 순간이 오기까지 어떤 감정의 과정을 겪었는지? 지금의 불쾌한 감정을 어떻게 설렘으로 바꾸어야 하는지 감정코치가 필요하다.
큰 소리로 우는 아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씩씩대는 아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만 깨무는 아이. 모두가 다른 행동들을 하는데 화가 났다는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어떠한 감정이 아이의 마음을 흔들어댔는지 감정 속으로 내가 들어가야 한다.
최근 인간이 가지는 48가지의 대표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어루만지는지에 대한 책을 읽어 보았다.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사랑이 만드는 아름다운 기적 - 자긍심,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 - 사랑, 사랑마저 집어삼키는 괴물ㆍ탐욕, 모든 감정에 숨겨져 있는 동반자ㆍ욕망,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는 치명적인 장벽ㆍ절망, 진정한 사랑을 위한 자기희생ㆍ겸손, 모든 불운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나약함 - 후회, 불확실해서 더 절절한 기다림 - 희망 등이 있다고 한다.
감정을 살리는 수업이 무엇일까? PPT에서 프레지, 플래시, 동영상 등 이러한 화려한 멀티미디어가 얼마만큼 아이들의 감정을 살릴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물론 필요한 교육방법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꼭 활용해야하는 의무는 아닐 것이다. 수업 40분 동안 아이들과 나는 얼마만큼의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였는지 돌이켜본다. 혹 교사 15년 경력이 무색하게 나 홀로 40분은 아니었는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나만의 소중한 감정을 잘 가꾸고 보듬을 줄 아는 아이가 갈등상황에 부딪혔을 때 지혜롭게 헤쳐 나갈 것이다.
사진속에 사계절을 닮은 아이들을 닮고 싶다. 그러기 위한 감정수업의 시작! 봄처럼 생동감 넘치는 희망을 품고, 여름의 뜨거운 태양에 땀으로 열정을 쏟아내고, 가을의 풍성함에 감사함을 알고, 겨울의 따스함을 사랑의 나눔으로 베풀어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아이들로 성장시키는 감정수업을 해보자. 아주 가까이, 그리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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