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진]장애인과 함께 한 사회복무, 인생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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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진]장애인과 함께 한 사회복무, 인생의 전환점

[기고]홍석진 사회복무요원

  • 승인 2014-06-05 15:11
  • 신문게재 2014-06-06 16면
  • 홍석진 사회복무요원홍석진 사회복무요원
▲ 홍석진 사회복무요원
▲ 홍석진 사회복무요원
누군가 말하기를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운명을 바꿀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찾아온다고 했다. 나는 그 기회를 이곳 죽전직업재활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맞았다고 생각한다.

2011년 7월, 대전·충남지방병무청에서 징병검사를 받을 당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어 현역을 가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몸무게는 168㎏이어서 신체등위 4급 판정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됐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저는 저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시작하기 위해 2011년 12월, 소집일자 복무기관 본인선택 제도를 활용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죽전직업재활원을 복무기관으로 신청했다.

죽전직업재활원은 근로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에게 보호가 가능한 조건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임금을 주는 직업재활시설이며, 나와 같은 사회복무요원은 이곳 장애인들의 작업을 옆에서 보조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생활시설인 천안죽전원에서 어머니와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며 장애인들과 마주했던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봉사활동 경험만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죽전직업재활원에서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고, 그냥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나에게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인 근로자들의 열정적인 작업태도와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을 접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무조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는 편견에서 이제는 '비록 작은 목표일지라도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정상인들보다 몇 배 이상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변화 속에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장애가 없지만 아무런 의욕 없이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 이때부터 2년이라는 복무기간 동안 내 삶을 새롭게 바꿔보겠다고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7개월 동안 운동 등을 병행하며, 피나는 노력을 거듭한 끝에 결국 몸무게 80㎏ 감량에 성공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전, 과체중에 따른 자괴감은 곧 자신감으로 바뀌게 되었고,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 또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

만약 다이어트를 저 혼자서 실행했다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계기는 옆에서 함께 운동하며 응원한 장애인 근로자들과 직원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다이어트 성공 후, 미래 설계를 위해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남은 복무 기간 중 자격증 2개를 취득하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지난 3월에 EPR정보관리사 등 자격증 2개를 취득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그분들이 나의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감사함을 표했고, 내 소극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와 도와주고 배려해 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의 나는 사회복무요원 복무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오래전에 극복했고, 지금은 사회복무요원 복무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생활게 됐다.

나는 사회복무요원 복무가 단순히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는 측면 외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특별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복무요원을 되돌아봤을 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복무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복무기간 중 '운명을 바꿀 기회'를 꼭 잡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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