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 ETRI 표준연구센터장 |
마치 아침에 현관에서 신문을 집어 드는 것처럼, 출근 시 구둣주걱을 이용해 구두를 신는 것처럼,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시대. 마크 와이저는 이러한 미래 네트워크를 '유비쿼터스'라고 이름 지었다. 인간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개념이다. 정보통신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여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가하게 된다. 바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이다. 유비쿼터스가 사람과 인터넷의 연결을 강조했다면 사물인터넷은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간의 인터넷 연결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사물인터넷은 지난 2005년, UN 산하 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사물인터넷 정책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보고서는 사물인터넷이 식별자(부착하는 사물)와 센서 및 무선 센서 네트워크(감지하는 사물), 임베디드 시스템(생각하는 사물), 나노공학(수축하는 사물) 분야의 기술 발전을 통하여 감각뿐 아니라 지능적 형태로 전 세계의 모든 사물 및 객체가 상호 연결될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세계정보통신기술전시회(CEBIT) 등 유수의 국제전시회들이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을 전시하면서, 사물인터넷은 언론과 사회의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컴퓨터가 자동차, 컵, 화분, 교실 심지어 옷, 안경, 신발 시계 등으로 스며들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사물인터넷 시대로의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사용자의 건강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관리해주는 바이오셔츠가 개발됐고,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구글 글래스도 등장했다. 과거 컴퓨터라고 하면 모니터와 본체, 키보드로 된 데스크톱을 떠올렸지만, 이제 컴퓨터는 스마트폰, 스마트 TV, 스마트 안경 등 다양한 환경 속에 들어가 있지 않은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컴퓨팅 및 통신 기술을 모든 사물에 확대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모든 사물들이 인간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꿈의 정보통신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 반드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그랬듯,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미래 디지털 사회는 분명 과거에 비해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보의 수집·악용 소지가 농후하다. 컴퓨터가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우선 사용자의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 사용자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기 위해 사용자 개인의 빅데이터 수집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기술의 진화에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셈이다.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 정보통신 사회는 사물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 인간에게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보장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터넷의 영향력은 기존 정보통신기술 영역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로 확대되었고, 사물 인터넷은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 및 기업 성장의 핵심 축으로 성장할 것이다. 21세기 미래 디지털 사회 인프라로 부각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세상. 관련된 법·제도와 프라이버시, 표준화, 사회 도덕적 이슈와 맞물려 기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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