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영]교사의 역할, 기본에 충실하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유지영]교사의 역할, 기본에 충실하기

[교육단상]유지영 대전 자양초 교사

  • 승인 2014-06-03 17:27
  • 신문게재 2014-06-04 16면
  • 유지영 대전 자양초 교사유지영 대전 자양초 교사
▲ 유지영 대전 자양초 교사
▲ 유지영 대전 자양초 교사
6학년 담임교사를 하던 시절,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이다.

높은 학구열로 선행학습을 많이 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재직할 당시 그런 질문들이 나를 괴롭혔다. 교사가 가르쳐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이 있겠지만, 크게 교과지도, 생활지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교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생활지도보다는 교과지도에 치중을 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교사로서 가르칠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이 줄어든다는 말이 되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아는 내용에 수업시간을 지루해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놀기도 바쁜 쉬는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어릴 적 꿈이 교사였던 나에게 학교란 배움의 터전이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배움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사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교사로서의 나를, 배움의 장소인 학교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하루하루는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그리고 나서 7년 후, 현임교로 전근을 오며 처음으로 1학년 담임교사가 되어서야 그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업무 분장을 할 때마다 1학년 담임은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첫 아이를 입학시키고 나니 그 전만큼 두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리 초임교사 시절 이후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교사가 한 마디를 하면 학생들도 한마디를 하고 그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교사의 행동 하나하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낯설고 신기한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한 시간 안에 정해진 수업 분량을 나가는 일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었다.

처음에는 뒤바뀐 환경들이 나를 당황케 했다. 7년 전 품었던 그 질문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잘하는 학생들에 길들여져서 학교교육이 처음인, 기초적인 교육에도 무지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앞날이 답답하기만 했다. 7년 전에는 학교가, 교사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자괴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학교가 책임져야 할 많은 부분을 부모가 해주지 못한 것에 난감해 하는 내가 부끄럽고 우스웠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제는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해답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질문에 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학교는 글씨 쓰는 법, 가위 잡는 법, 풀칠하는 법에서 시작해 나를 사랑하는 법, 남을 배려하는 법, 친구와 더불어 사는 법, 세상을 바라보는 법, 민주시민으로 자라나는 법 등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며 깨달았다. 또한, 지식적인 내용을 선행학습 하였다고 하더라도 교사는 한 부분도 놓치지 않도록 기초를 닦아주어야 한다. 이렇게 기초를 닦아주는 것, 학급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도록 하는 것, 그것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초임교사 시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던 내게 옆 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유 선생,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라고 말하기까지 3000번을 들어야 한 대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아주 쉬운 그 한 마디 말을 아기가 하려면, 얼굴을 쓰다듬으며, 기저귀를 채우며, 밥을 먹이며 엄마가 3000번 넘게 이야기 해주어야 한 대요. 그것처럼 우리도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치고 또 가르쳐야 그들에게 배움이 되는 거예요. 한 번에 되는 일은 없어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