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인정사정없는 대한민국, 바꿔가기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박기성]인정사정없는 대한민국, 바꿔가기

[중도시평]박기성 논설위원

  • 승인 2014-06-03 14:18
  • 신문게재 2014-06-04 16면
  • 박기성 논설위원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 박기성 논설위원
# 지난 3월 미국의 기부문화를 소개한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이란 제목의 한글 번역본을 출간한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이 얼마 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곱씹어보자. 기 소르망은 오늘날의 한국을 '인정사정없는(brutal)' 나라로 진단했다. 그의 진단은 이러하다. '한국은 경제성장기에 모두가 부의 축적에 몰입하는 가운데 인정사정없는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사회적 연대도 없으며 소외계층에 대해 진정으로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와 문화에 박애의 바탕인 후함(generosity)의 전통이 있는데 이제 박애로 사회적 연대를 복원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단계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기 소르망의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은 자신의 저서와 관련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나눔 실천과 박애적 기부 활동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 내재된 문제점을 되짚어볼 때 결코 과장된 진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 소르망이 진단한 '인정사정없는' 한국의 잔혹사(?) 사례를 살펴보자.

# 잔혹사 장면 1='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대한민국을 울린 안산 단원고 2학년 신영진(16)군이 침몰하는 여객선 세월호에서 어머니 장미자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다. 배가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데도 기내 방송에는 밖으로 대피하라는 말은 없고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말뿐이다. 탑승객들을 배안에 남겨둔 채 이준석 선장과 몇몇 승무원들은 탈출을 감행한다. 결국 세월호 선장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구속된다. 잔혹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월호의 실질적인 선주인 유병언은 국민 앞에 나와 무릎 꿇고 죄를 뉘우쳐도 시원찮을 판에 탈주범 신창원 모양새로 도피행각을 펼치고 있다. 5억 원의 현상금까지 붙은 몸이 되는 바람에 현상금을 노리는 전문 꾼들도 군침을 흘리며 그의 뒤를 쫓는다는 이야기다. 희화화까지 돼버린 잔혹사인 것이다. 4일로 세월호 참사 50일째인 팽목항에는 여전히 시신을 찾지 못한 16명의 실종자 가족들의 한 맺힌 슬픔과 오열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잔혹사 장면 2=교육감 자격 논란을 불러일으킨 딸의 글에 음모론을 제기하며 공작정치 운운하는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고 있다. 딸과의 논쟁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해 국민들은 관심조차 없다. 다만 '딸바보'라는 말을 들어도 시원찮을 텐데 '딸바보'는 고사하고 '아빠의 어떤 무관심과 비정함이 딸의 가슴에 그토록 아픈 상처를 입혔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이 사태를 접하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고승덕 후보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도 과거의 장인이었던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까지 들먹이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딸에 대한 미안함에 고 후보의 사퇴를 예견했던 상당수 국민들은 그의 선거 출마욕심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게다가 고승덕 후보의 변명이 음모론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 잔혹사 장면 3=6·4지방선거 현장에는 말 그대로 선거운동의 병폐가 고스란히 내재돼 있다. 서울시장 후보들 간에 펼쳐졌던 공방만 살펴봐도 그러하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한동안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의 부인문제를 거론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박원순 후보의 부인이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사실만을 둘러싸고 억지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박원순 후보의 부인과 유병언 일가와의 연관설까지 제기, 법적 싸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네거티브 공방은 비단 서울시장 후보들만의 모습은 아니다. 충북지사 자리를 둘러싸고 펼치는 친구사이의 선거판 경쟁 또한 한국 선거문화의 잔혹사를 대변해주고 있다.

# 드디어 6·4지방선거의 날이 밝았다. 여전히 인정사정없이, 네 편 내편으로 갈리고 20대, 60대로 갈린 채 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저 내편에 도장 꾹꾹 눌러 찍을 것인가. 아니면 비록 내편이 아니더라도 우리 고장의 미래를 짊어질 만한 인재에게 한 표를 행사할 것인가. 오늘 하루 유권자 당신의 현명한 선택만이 남겨진 상태다. 기 소르망의 진단에서 볼 수 있듯 부의 축적만을 추구하며 이어져온 적폐(積弊)의 잔혹사를 오늘 하루 선거문화부터 탈피해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