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모심기 지원- 가뭄 극복의 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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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모심기 지원- 가뭄 극복의 슬기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6-03 13:53
  • 신문게재 2014-06-04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이다. 가뭄도 만만치 않다. 들녘에서는 모내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고 밭작물들은 따가운 햇볕과 목마름으로 어깨가 축 처져있다. 이맘때쯤이면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물 한 방울이라도 얻으려고 애쓰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요즈음은 상수도 시설도 잘 되어있고 여러 가지 저수지나 댐들이 있고 물길이 우리 몸속의 혈관처럼 퍼져있어 웬만한 가뭄쯤은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극심한 가뭄에는 별 도리가 없이 가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뭄을 겪어 본 사람만이 물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타들어가는 농작물들을 보면 마치 자식이 아픈 것 이상으로 마음도 타들어간다. 이 때 쏟아지는 한 방울의 빗방울은 마치 목마를 때 축이는 한 모금의 물과 같다. 극심한 가뭄이 닥치면 작물이 타들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계식 양수기는 매우 귀하였다.

웅덩이란 웅덩이가 다 말라버리고 깊은 강에 물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양동이를 갖고 나와 길게 줄을 서서 물을 퍼서 바짝 마른 논에 물을 대곤 하였다. 한쪽에서는 우물을 파듯이 땅속의 물줄기를 찾아 긴 관을 땅속 깊이 박아서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기 위해 애쓰곤 하였다. 요즈음이야 전문 기술자와 기계가 있어서 쉽게 박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모든 일을 사람의 힘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어렵게 박은 물관을 따라 지하수가 올라올 때면 환희의 함성이 저절로 튀어나와 온 천지가 진동하였다. 그러나 어렵게 박은 물관에서 물이 나오지 않으면 실망이 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곳을 찾아 끝내 물을 퍼올리곤 하였다. 물이 없어서 늦게까지 모내기를 못한 집이 있거나 천수답에 먼저 물을 대주고 마을 사람들과 학생들 모두가 늦모를 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늦 모는 보리를 베어내고 보리밭에 모심는 때를 말한다고 한다. 이때까지는 모내기를 해야 결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천수답은 마을이나 학교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각자 호미를 하나씩 가지고 늦모를 심어주곤 하였다. 늦모심기를 끝내고 나서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황혼 빛을 바라보면 뿌듯함이 밀려들곤 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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