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첫 번째 조건은 투표란 '나와 가까운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일 잘 할 사람'을 뽑는다는 당연하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몸에 좋은 음식보다 당장 화려하고 기름기 흐르는 음식에 젓가락이 먼저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똑똑하고 청렴하고 비전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하지만 손은 내가 잘 아는 사람에게 다가가게 된다. 이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두 번째, 당장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그 사람이 자기 돈으로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낸 세금을 적절한 방법으로 적합한 곳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무상급식 부르짖다가 교실 무너지게 생겼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내가 사는 고장 금산에서는 1년에 3천여 억원, 지난 8년 동안 3조원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지만 어디에 사용했는지 그 돈이 흔적도 없다. 무성한 뒷담화만 만들어졌다.
세 번째, 어느 후보가 멀리 볼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한 우리에게 원대한 포부를 갖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면서 그 설계도대로 차근차근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올바른 희망을 주는 지도자라야 한다. 내가 사는 금산에는 10년, 20년은 고사하고 당장 몇 년 후 미래를 얘기하고 걱정하고 설계하는 지도자조차 없다. 이번에 만들어질지는 모르겠다.
네 번째, 어느 후보가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는' 성품을 지녔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지방자치가 시작되기 전에 많은 전문가들이 '지방자치가 잘못 흐르면 토호세력과 권력을 쥔 세력의 결탁이 가능하고, 이것이 지역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금산에서는 선거판에서 표를 모아주는 일부 부패한 토호세력과 권력의 야합이 도를 지나쳐 '양아치가 빨대 꽂아놓았다'는 말이 돌 정도이다. 이를 개탄하는 양식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담을 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에 어려운 현안이 생겼을 때 목숨 걸고 앞장서서 해결하려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야 한다. 요즘 매국노 이완용만큼이나 나쁜 인간 중 하나는 세월호 선장이다. 세월호 선장이 무슨 이유로 공적(公賊) 1호가 되었을까? 그가 승객들과 아이들을 일부러 물에 빠뜨려 죽였나? 아니면 배를 고의로 침몰시켰나? 그의 가장 큰 잘못은 자신이 목숨 걸고 나서야 할 자리에서 제 한 목숨 살자고 도망쳐 나온 것이다.
지난 8년 간 금산은 어렵고 중요한 지역 현안으로 여론이 들끓을 때에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다가 좋은 자리에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나타나는 지도자가 이끌어왔다. 그 결과 금산의 자존심이었던 금산인삼조합은 합병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고, 금산인삼의 명운이 달린 인삼산업법은 간신히 1년 유예를 받았다. 그리고 금수강산은 파 헤쳐지고 망가지고 오염되었다.
이 기준이 지켜지기 어려운 이상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나와 가까운 사람', '나와 술 한 잔 한 사람'을 뽑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무척 많은 현실이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4년 간 '그 사람 찍은 내 손가락 찍고 싶다'는 후회 하지 않으려면 마음 다부지게 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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