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중심(中心)이 국회가 돼야 하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만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지난 2012년 8월 6일 박병석<사진> 국회 부의장이 취임 후 대전에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내세운 일성이다. 그렇다면, 박 부의장에게 지난 2년간의 임기 동안은 어떤 의미와 결실이 있었을까. 29일로 임기가 마무리되는 박 부의장을 만나, 19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으로서의 소회와 국회 의정의 성과를 평가해본다. <편집자 주>
-국회 부의장직을 수행한 소회를 말해달라.
▲야당을 대표하는 국회부의장으로서 예산처리와 법안처리, 대정부 질의 등에서 국회가 대립하고 막혔을 때 많은 중재와 해결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예산처리 시 여야 대립으로 합의가 되지 않고 있을 때 여야를 넘나들며 중재를 해 결국 합의 처리했다. 더불어 기초연금 문제로 국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중재안을 내 국회를 정상화했다.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박병석 부의장의 훈수, 실리에 명분을 얹다'라는 장문의 평가 기사를 쓰기도 했다.
-19대 국회 전반기 의정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다면.
▲정치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줘야 할 텐데, 아직도 국민의 걱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께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정치가 여러 가지의 다양한 의견의 갈등을 조정, 즉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다만, 19대 국회에서 위안을 삼는 것은 '몸싸움은 없었다 하는 것'이고, 전반기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수는 모두 1276개로 역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법안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또 정치의 중심은 국회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국민의 어려움을 대변해주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서로 화합하고, 국민들의 행복을 돕는 국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성과를 냈나.
▲제가 국회부의장이 되면서 두 가지의 결심을 했었다. 하나는 국회 부의장은 상임위나 지역구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그 모두를 잘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단순한 본회의 사회자가 아니라 여야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국회 부의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일 년에 KTX를 약 250여 번을 타고 오가며 지역민들과 함께했다. 또 외교통일위원으로 상임위원회에 충실히 임하며 부의장 기간에 국정감사 우수의원을 2년 모두 수상했다. 이로써 총 27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선정하는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총 11번 수상함으로써 국회의원 300명 중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와 의원들 간 개혁공천을 둘러싼 마찰을 중재한 것을 두고 조용하지만, 좌중을 아우른 리더십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과분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원래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당내 의견 조정이 난항을 겪을 때 발언을 했다. 내 발언을 의원들이 귀담아듣는 이유는 평소에 나를 보면서 합리적이고 균형감각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큰 고비마다 모두 내가 제시한 방향으로 결정됐다는데 보람을 갖는다. 또 언론에서 저를 '어른'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더 책임감을 느낀다. 제가 국회 부의장이고 중진의원으로서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진모임을 주도했고, 사안별로 중요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중재하고 결론을 이끌어 냈기 때문에 제 발언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강창희 의장과 함께 충청도의 정치력이 신장됐다는 정치권의 평가인데.
▲충청권이 정치권의 변두리에서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선 것은 사실이다. 캐스팅보트의 역할에서 주도세력의 역할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이제 충청권의 많은 인재가 나와 충청의 발전은 물론 국가의 발전에도 이바지하길 기대한다. 저는 그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무를 키우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물도 같다. 시민들의 성원으로 인물이 크면 클수록 그늘도, 과실도 클 것이다. 큰 나무는 더욱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이완구 의원이 됐다. 야당이지만 충청권 의원으로서 그 의미를 부여한다면?
▲충청의 정치역량 확대만큼 충청권 의원으로서 책임감도 더 무겁게 느껴진다. 또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과학벨트 성공적 추진 등 굵직한 현안이 산재해 있다.
▲우선,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은 중점적으로 추진할 현안이다. 새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출범을 계기로 행정구역 개편을 본격 논의해 주기를 당부한다. 이와 함께 행정구역 개편을 포함해 합리적인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독립 방안을 지속추진하고 인구 증가 등에 따른 선거구 증설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과학벨트에 대해서는 원안이 최선이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수정안이라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이마저도 정부가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대전시장 후보들이 모두 박 부의장의 후배다. 두 사람의 강점을 꼽는다면?
▲두 후보를 오랫동안 지켜봤다. 두 후보 모두 대전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권선택 후보는 청와대와 중앙정부에서 근무한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박성효 후보는 시장을 했었다는 점이 강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의장으로서 여야 각 당에 조언한다면?
▲우리 국회에 '소수 의견이 반영되는 다수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소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표로만 해결하려는 다수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을 보고하는 정치, 그리고 합리적인 중도층까지 포함할 수 있는 정치를 해야지, 자기들 지지층만 보고하는 정치는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 또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대담=최재헌 정치부장ㆍ정리=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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