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유아기에 전능한 자기를 인식하는 자기애적 평정 상태는 적절한 좌절 경험을 겪으면서 성숙된 자기상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때 좌절경험이 결핍되거나 과다했을 때 자기애는 병리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좌절 경험이 결여된 경우, 즉 유아가 자기과대적이고 자기과시적인 행동을 할 때 부모가 적절한 제지를 하지 않으면, 아이는 성장해서도 '나는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며, 세계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계속 갖게 된다. 또한, 부모에 대해서도 이상화된 부모원상을 깨트리는 좌절 경험을 갖지 못하면, 지속적인 이상화 부모를 갖게 된다. 반면, 과대자기와 이상화된 부모 원상에 대해 지나친 좌절 경험을 겪게 되는 경우, 아이는 전능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집착을 보인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을 병리적으로 추구하게 되고,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이상적인 대리인을 찾아 동일시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발전하지 못한 유아기적 자기애와, 수정되지 못한 과대자기는 쉽게 마음이 상하고 분노하며, 거만하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지만 이것은 모두 타인을 향해 자신을 개방할 수 없는 낮은 자존감의 방어적인 표현일 뿐이다.
코헛은 한 개인이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서 자기 안에 좋고 긍정적인 가치를 형성하지 못할 때, 자기 파괴적이 되어 모든 선한 것을 공격하는 시기심과 이유없이 자기 자신을 주체할 수 없다고 느끼고, 공연히 삶이 힘들게 느껴지고, 늘 신체의 여러 부분이 아프다고 염려를 한다. 이러한 증상의 핵심에는 파편화되기 쉬운 무력한 자기감이 있다. 이러한 무력감은 상처로부터 치유받을 가능성을 파괴하는 요소로서 치유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병리적 원인을 자기대상 경험에서 찾는다. 즉, 정신적 산소 기능을 제공받지 못한 자기대상 경험, 또는 자기대상의 부재로 인해 병리적인 자기애가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동이 외부의 총애자기대상, 존경자기대상, 일체자기대상과의 경험을 통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게 되면, 이 기능들은 변형적 내면화를 통해 아동의 자기기능이 된다. 이 과정은 인간의 심리구조를 강화시킨다. 심리구조가 강화된 사람은 삶의 목표가 분명하고 창의적이며 타인의 자기대상 욕구에 민감하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유머감각을 가지고 타인과 교류할 수 있으며 자신과 타인의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용납할 수 있는 지혜를 지니게 된다.
자기심리학에서의 병리적 자기애에 대한 치료는 자기애의 정상적 발달이 실패하게 된 개인 발달사에 초점을 두고 재구성하는 방법을 취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전이된 자기대상과의 만족스러운 경험을 통해서 초기 발달적 실패를 치료할 수 있다. 이것을 코헛은 보상적 구조이론이라고 한다. 즉 현재의 대인관계에서 자기대상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경험하게 되면, 초기 경험에 대한 철저한 해석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자기심리학에서의 치료 과정은 공감과 해석에 중점을 둔다. 공감은 내담자의 경험을 상담자가 내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그것을 이해했다고 내담자에게 말해주는 과정이다. 코헛은 공감을 통해서만이 내담자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해석이나 설명은 내담자의 경험과 거리가 있으므로 저항을 불러일으키기가 쉽다. 그러나 공감은 내담자의 경험세계에 이입하여 내담자를 이해해 줌으로써 저항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치료 관계에서 라포를 형성시킨다. 해석은 내담자가 겪은 경험의 의미를 역동적으로, 발생학적으로 해석해 주는 것을 말한다. 내담자의 현재 상황을 과거의 심리적 과정과 관련지어 설명해 줌으로써 내담자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킬 수 있다. 이 과정은 내담자가 과거의 고착을 해소하고 치료자와 새로운 자기대상 전이를 시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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