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안전사회 구축을 바라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선규]안전사회 구축을 바라며…

[중도프리즘]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 승인 2014-05-25 12:49
  • 신문게재 2014-05-26 17면
  • 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 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 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현재까지 너무도 암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 기능이 좋아져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해 준다. 중학교에 다니는 필자의 아들도 같은 시간에 남해안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전해준 휴대전화 속보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사고가 제주도로 향하는 여객선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안심하긴 했지만, 이후 계속해서 전해오는 뉴스들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깝고 슬펐고 분노하게 되었다.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수학여행을 갈만한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단일사고 중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는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일 것이다. 그때 필자는 건축공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었기에 삼풍백화점 사고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후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하고, 현재 학생들에게 건축공학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다시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너무나 안타깝고, 경제 논리에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경영진에 화가 난다는 것이다.

삼풍백화점은 본래 플랫 슬래브(Flat Slab) 구조로 건설됐다. 플랫 슬래브 구조는 건축물의 층높이를 낮게 할 수 있으며 구조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도 많이 건설되고 있다. 삼풍백화점 건물은 본래 '삼풍상가'라는 명칭으로 서초동 상품아파트 대단지의 종합상가 용도로 설계됐다. 그러나 넓은 공간이 필요한 백화점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상가 건물로 설계될 당시 존재했던 벽을 없앴고, 심지어는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기 위해 각층에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또 기둥의 지름이 800㎜로 설계되었는데 실제로는 600㎜로 시공됐으며, 구조계산도 하지 않은 채 냉각탑 등을 설치했다.

이외에도 건물이 붕괴되기까지 여러 가지 공학적인 문제가 있었으나 필자가 가장 아쉬운 점은 건축물이 붕괴되기 전에 취해진 삼풍백화점 경영진들의 행동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일순간에 무너지지 않으며, 건축물이 붕괴되기 전에는 반드시 콘크리트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붕괴의 징후가 나타난다. 이러한 징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경영진은 사고 당일에도 백화점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건축구조전문가는 경영진에게 백화점 영업을 중지하고 고객들을 대피시키라고 권고했지만 영업을 강행했으며,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 건물이 붕괴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쇼핑하는 고객들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채 경영진들 먼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세월호도 똑같다. 선주의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퇴역예정이었던 노후 선박을 수입해 승객을 더 태우려 무리하게 증축했고, 화물을 과적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운항했다고 한다. 우리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배안에 승객들이 있었고, 충분히 밖으로 유도하여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승무원들은 어린 학생들이 기울어가는 선박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들에게 배안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 방송하고 먼저 탈출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도 세월호에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이해되지 않고, 화가 난다. 그 어린 학생들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의 목숨보다 귀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필자를 비롯한 어른들은 그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 사회 안전시스템에 대하여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원인의 첫 번째는 20년으로 제한된 선령(船齡) 제한을 30년으로 연장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동안 국민의 위험은 증가한 꼴이 된 것이다. 지금부터는 규제를 완화하기에 앞서 반드시 규제완화에 따른 국민의 안전사항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운송사업자의 운항관리규정 미준수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기 때문에,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하여 영업정지 등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해피아'라고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즉 퇴직 후 2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장에 취업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울행정학회에서 제안한 것처럼 공직자 퇴직 후 '취업'의 제한이 아닌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활동'의 제한으로 조정하여 공무원과 이해관계에 있는 업체 및 협회 등과의 연결고리를 법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 판단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