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단일사고 중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는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일 것이다. 그때 필자는 건축공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었기에 삼풍백화점 사고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후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하고, 현재 학생들에게 건축공학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다시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너무나 안타깝고, 경제 논리에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경영진에 화가 난다는 것이다.
삼풍백화점은 본래 플랫 슬래브(Flat Slab) 구조로 건설됐다. 플랫 슬래브 구조는 건축물의 층높이를 낮게 할 수 있으며 구조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도 많이 건설되고 있다. 삼풍백화점 건물은 본래 '삼풍상가'라는 명칭으로 서초동 상품아파트 대단지의 종합상가 용도로 설계됐다. 그러나 넓은 공간이 필요한 백화점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상가 건물로 설계될 당시 존재했던 벽을 없앴고, 심지어는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기 위해 각층에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또 기둥의 지름이 800㎜로 설계되었는데 실제로는 600㎜로 시공됐으며, 구조계산도 하지 않은 채 냉각탑 등을 설치했다.
이외에도 건물이 붕괴되기까지 여러 가지 공학적인 문제가 있었으나 필자가 가장 아쉬운 점은 건축물이 붕괴되기 전에 취해진 삼풍백화점 경영진들의 행동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일순간에 무너지지 않으며, 건축물이 붕괴되기 전에는 반드시 콘크리트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붕괴의 징후가 나타난다. 이러한 징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경영진은 사고 당일에도 백화점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건축구조전문가는 경영진에게 백화점 영업을 중지하고 고객들을 대피시키라고 권고했지만 영업을 강행했으며,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 건물이 붕괴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쇼핑하는 고객들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채 경영진들 먼저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세월호도 똑같다. 선주의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퇴역예정이었던 노후 선박을 수입해 승객을 더 태우려 무리하게 증축했고, 화물을 과적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운항했다고 한다. 우리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배안에 승객들이 있었고, 충분히 밖으로 유도하여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승무원들은 어린 학생들이 기울어가는 선박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들에게 배안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 방송하고 먼저 탈출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도 세월호에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이해되지 않고, 화가 난다. 그 어린 학생들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의 목숨보다 귀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필자를 비롯한 어른들은 그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 사회 안전시스템에 대하여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원인의 첫 번째는 20년으로 제한된 선령(船齡) 제한을 30년으로 연장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동안 국민의 위험은 증가한 꼴이 된 것이다. 지금부터는 규제를 완화하기에 앞서 반드시 규제완화에 따른 국민의 안전사항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운송사업자의 운항관리규정 미준수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기 때문에,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하여 영업정지 등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해피아'라고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즉 퇴직 후 2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장에 취업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울행정학회에서 제안한 것처럼 공직자 퇴직 후 '취업'의 제한이 아닌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활동'의 제한으로 조정하여 공무원과 이해관계에 있는 업체 및 협회 등과의 연결고리를 법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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