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연구부장 |
과학기술의 발전이 국가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창의적 연구의 아이디어 개발과 독창적이고 고도화된 실험을 통해 산출된 연구결과들이 있어야 하며, 이를 다양한 산업에 응용 및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과학기술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첨단연구시설·장비의 활용이다.
최근 정부에서 국가산업기술개발을 위해 2020년까지의 산업기술개발장비 로드맵을 수립하였다. 이 로드맵에 선정된 장비 중 대부분의 분석 장비는 구매를 통해 구축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또한 구매 대상 장비의 대부분이 외산 장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 R&D 예산의 상당부분을 외산장비 도입에 투자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만 일부 측정 장비는 직접 개발을 통해 구축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과학적, 산업적 발전 흐름에 동참하고 때로는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와 응용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첨단장비의 경우 외산 장비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연구장비산업 시장은 그 동안의 정부 주도적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해 보인다.
2000년 이후,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기관, 기업, 대학에서 장기간의 노력을 통하여, 연구장비개발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이를 이전 받은 국내 기업은 상용화, 사업화의 경험 부족 및 자금 부족으로 대부분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2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구자들이 국산장비 사용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로 국산장비의 신뢰성 부족과 외산장비와의 큰 기술격차를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출연(연)과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연구장비개발에 있어서 이러한 정책은 상당히 바람직해 보인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장비뿐만 아니라, 산업에서 요구하는 장비·장치의 개발을 위해 선도적 연구기관과 기업간의 협력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장비개발, 상용화, 사업화의 전주기적 관리를 통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우리나라도 연구장비개발 분야에서 중소기업 R&D의 전진기지 역할을 위한 정부출연(연)의 임무는 현재 국산장비에 대한 신뢰성 부족 및 기술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지속적인 원천기술 개발지원, 전문인력양성 및 배출, 장비사업화 후속 지원이 될 것이다.
국내 장비산업의 진흥을 통해 연구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창의적·독창적 연구 목적에 부합하는 새로운 개념의 장비 및 장치의 개발로 이어진다면, 그동안 외산장비에 의존함으로써 선진 연구기관의 후속연구에만 그칠 수밖에 없었던 국내 연구자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회의 근간이 될 수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국내 최고의 연구장비 중심기관으로서, 모든 연구원이 각각의 연구장비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비 성능평가, 업그레이드, 운영 최적화, 이용자 연구지원 등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연구장비개발 전문기업과 국내 연구자의 중간자 역할을 담당하며 향후 미래연구에 필요한 첨단연구장비의 수요를 바탕으로 전문기업의 육성을 위한 장비개발, 인력양성 등에 중장기적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비록 선진국의 첨단연구장비 개발 인프라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지만,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선택을 통해 산학연 협력 및 융합연구개발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개발된 창조적, 독창적인 융합형 연구장비가 노벨상을 꿈꾸는 대한민국에 큰 선물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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