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엽 대전학생교육문화원장 |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철만 되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줄을 서고, 그가 리더로 취임하면 점령군처럼 행동하면서 자신들만의 각종 혜택을 누리기 위해 유유상종 활동하는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갈고 닦은 실력이 아니라 선거가 승진이나 꽃보직의 지름길인 것이다.
그 것도 한두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리더의 임기 내내 소위 선거에 줄을 섰다고 하는 무리들끼리 파벌을 조성하여 지속적으로 이익을 챙기기 위해 끌어주고, 밀어주고 여의치 않으면 자신들을 보호해 줄 다른 추종자들을 뽑아 주변에 배치한다. 심지어 각종 단체의 임원 추천이라든지, 위원회의 위원 위촉이나 상위(上位) 등급으로의 성과평가 등 유·무형의 권리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행사한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늘 곁불을 쬐려는 무리들이 있다 보니 성실하게 근무하는 대다수 선의의 직원들은 함께하는 동안은 한숨을 쉬고 있어야 한다.
인사는 조직력 강화나 인재 육성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능력과 전문성, 경험 등을 고려하지 않고 '누구 줄이냐, 누구 사람이냐, 선거 때에 얼마나 기여 했느냐, 리더에 대한 충성도는 어느 정도냐' 등 비도덕적이고 불공정한 잣대로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그러한 조직은 어떻게 될까?
머지않아 두꺼운 칸막이 조직으로 변질되어 직원 또는 부서 간 소통과 정보 부재로 혼란을 부추기게 된다. 이는 구성원 간 불신과 위화감 조성으로 이어지고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유능한 인재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크게 한다.
'구시심비(口是心非)'란 말이 있다. 말로는 옳다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그르게 여긴다는 뜻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엽관제를 탈피하고 진정한 인재를 골라 등용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우대한다' 라고 말로만 천명(闡明)함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인사 때마다 능력보다는, 선거에서의 기여도나 충성도를 따져 권한을 행사 한다면 '너는 나를 속이고 나는 너를 속인다.'는 '이우아사(爾虞我詐)'격이 되는 것이다. 이는 비리 행위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게 되며, 이로써 상ㆍ하 간 신뢰가 급격히 무너져 더 이상 조직 장악이나 업무 변화, 그리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창의 인재 육성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발굴하고 수요자 중심의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미래 예측이 가능하도록 원칙과 상식에 맞는 인사행정 기준을 마련하고, 타 직장의 우수한 사례들을 찾아 벤치마킹하여 직장의 실정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 변화에 맞게 수시 개선하여 실천해야 한다.
그동안 '호가호위(狐假虎威)'한 일부 무리들이 지속적으로 승진이나 꽃보직을 갖고자 이번에도 유·무형의 방법으로 선거에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또는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보아 온 사람들은 가만있으면 나만 손해 보고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조바심에 줄을 서야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챙겨 주는 그릇된 관행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이번에 취임하는 새로운 지도자는 이런 관행이나 적폐(積弊)를 걷어내고 새로운 풍토를 조성해 주었으면 한다. 올바른 양심을 갖고 악순환을 근절하도록 과감히 주변 사람들을 바꾸고 시스템을 제대로 고쳐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열심히 일하면 땀 흘린 만큼 대우받는' 공정한 신뢰의 사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