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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 승인 2014-05-20 14:08
  • 신문게재 2014-05-21 17면
  • 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 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 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은 분노하고 시름에 잠겨 있다.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질책을 받고 있고 질책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무원들도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자기가 맡은 일 중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점검하면서 조용히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복지부동인 셈이다.

세월호가 운항되기 위해서는 선박검사에서 입출항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마다 공무원들이 행정적 절차를 수행한다. 그 행정절차가 잘 이행 됐는지에 대한 감사 조사도 많다. 어느 하나의 절차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는 출항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선박은 출항했고 사고는 발생했다. 어느 한 단계에서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절차가 복잡하고 여러 사람이 관여하다 보니 실제로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승객과 화물을 더 싫기 위해 선박을 개조하는데도 승객과 화물을 줄이라는 이상한 조건을 달아 선박증축을 허가해 줬다. 규정보다 3배 이상 과적하는데도 선원의 말만 믿고 출항허가를 해준다. 국민이 볼 때는 말이 안 되지만 담당자는 규정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그 많은 배가 있는데 공무원 몇 명이 배마다 정원과 화물량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초기대응이 성패를 좌우한다. 상황파악도 어렵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도 부족한 상태에서 상황에 대한 담당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권한은 법령에 명시,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고 잘못 조치했으면 책임이 따른다. 그러기에 공무원들은 보수적으로 판단한다. 상황실이 꾸려지고 지시를 받을 때는 시급한 상황은 종료된다.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 모두 차이가 있으며 담당자의 상황판단에 따라 조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군에 5분대기조가 있고 소방에 119가 있어 즉시 출동하지만 휴대할 수 있는 것은 개인화기나 불 끄는 장비 정도이다. 초기 대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고도 해야 한다. 중앙재해대책본부까지 보고하려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보고받는 기관도 많다. 본부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현장에서도 여러 기관이 대응하다 보니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언론에서는 정부가 그것도 모르고 뭐하느냐고 비난을 한다. 하지만 상황이 다급할 때는 국민의 알권리도 잠시 유보하고 답답하지만 좀 기다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100만 가까운 공무원들이 있다. 이들은 법령에 따라 본인이 해야 할 업무가 부여된다. 법령이 하나 생기면 역할이 더 쪼개진다. 자기에 부여된 임무에만 관심을 갖는다. 옆 사람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법령 하나하나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알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국민은 공무원이 법도 모른다고 하지만 실제로 자기가 맡은 일 이외에는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산업화에 따라 도시가 발달하고 집중화됨에 따라 사고의 유형은 다양화·대형화하고,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서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하고 훈련하지만, 상황은 다 다르다. 현장에서 판단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슈퍼맨처럼 사건현장에서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공무원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민간에 전문가가 많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사전대비가 중요하다. 규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그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법령에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하더라도 인력과 예산이 없으면 그만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지 못함은 슬픈 일이지만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답답할 수밖에 없다. 모든 국민이 답답한데 자식을 잃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부모의 입장은 어떠하겠는가? 비판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최선책이 안 나온다고 해도 담당자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잘못하면 의사를 못 믿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 병만 키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미국에 우주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가 있었다. 챌린저호 관련 자료를 모으고 관련자를 인터뷰해서 행정학 교과목으로 개설해 수업하고 있다. 그와 같은 정책결정과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부품조달과정은 어떠했는지 관련자들은 어떠한 입장을 취했는지 그리고 문제가 있는 정책결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사례로 구성해 교육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을 예측하여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런 원시적인 사고는 다시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실종사망자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왜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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