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
6월 30일 자정. 정확히 민선 5기가 마무리되는 시각이다. 오늘부터 계산하면 41일이 남아있다. 여기에 토·일요일과 공휴일을 빼면 26일만 남아있는 셈이다.
지금부터 한달여 남은 민선 5기는 누구에겐 가는 지금의 자리를 이어가는 시간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구에겐 가는 낙담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는 아름답고 멋진 뒷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좋든 싫든 이들 모두는 이처럼 한정된 물리적인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중 필자는 단순히 민선 5기뿐만 아니라 멋지게 정치인생을 내려놓고 젊은 세대와 공감하며, 거침없이 인생을 묻고 답하기를 위해 만반의 준비로 남은 임기를 더욱 알차게 보내는 이의 시간에 끌린다.
염홍철 대전광역시장. 학자이자 정치인, 그리고 시인인 그는 정·관·학계에 입문한지 40년. 무겁다면 한없이 무거운 짐을 과감히 내려놓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번 더 도전해도 되는데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일순간 출마를 왜 포기하는지 여전히 아쉬워한다. 이때마다 염 시장은 무투표 당선, 아니 국무총리를 시켜준대도 미련이 없다고 초지일관이다. 대신 정치와 거리가 먼 봉사를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봉사하고픈 생각은 있다고 말한다.
절대 대전을 떠날 수 없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염 시장은 대전과의 인연 또한 남다르다. 한 번의 임명직 시장, 그리고 한밭대 초대총장, 두 번의 선출직 시장. 이런 그가 7월이면 자연인으로 그가 늘 힘주어 말했던 자유의 시간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그 자유의 시간이 더욱더 아름다운 뒷모습을 지키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면서 문득 그가 민선 5기 시책으로 제안했던 '대전다움', '대전인'이 와닿는다. 대전하면 떠오를 수 있는 차별화된 그 무엇을 뜻하는 '대전다움'과 '대전인'은 여전히 구상속에 남아있지만 그만의 '자유의 시간'에서 필자는 시장 염홍철의 '대전다움'과 '대전인'을 읽을 수 있었다. 바로 대전사랑이다. 그의 축적된 대전사랑은 퇴임후에도 고스란히 전해질 예정이다. 임기가 끝나면 곧바로 대학에서 '인생에 답하다'란 주제로 강단에 서는 그의 첫 강좌는 '대전'이다. '대전다움'과 '대전인'을 주창한 석좌교수 염홍철의 대전사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일상에서 찾아낸 주제로 민선 3기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전해지는 아침편지는 지독한 중독감을 맛보게 한다. 아침편지로 새로운 시정을 접하는 것은 보너스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전해지는 정치와 시정은 더는 시시콜콜하지 않고 일상의 에세이로 다가온다. 여기에 신뢰와 사랑, 배려, 봉사로 귀결되는 사회적 자본 확충은 대전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초석이다.
이렇듯 멋지게 시작해서 아름답게 끝낼 수 있는 것. '시작도 있고 끝도 있다'는 뜻의 사자성어 '유시유종(有始有終)'이 생각난다. 유시유종은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시작과 끝이 있는 사람은 성인뿐'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시작과 끝이 있다고 유시유종으로 볼 수 없다. 허투루 시작하고 대충 마무리 짓는 것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다. 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처음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처음 자세를 끝까지 이어갈 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시작만 있고 끝이 없다면 어떨까. 이는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아예 않는 거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남은 기간 더욱 시책을 챙기는 모습에서 대전시가 연초에 밝힌 올해의 사자성어 유시유종의 참뜻을 헤아리게 한다. 그리고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유시유졸자 기유성인호(有始有卒者 其惟聖人乎·잘 시작하고 잘 마치는 사람은 가장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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