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림 대전·충남재향군인회장 |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의 하워드 매키언(공화당, 캘리포니아) 위원장은 지난6일(현지시간) 워싱턴DC 헤리티지 재단에서 열린 내년도 국방수권법 토론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매키언 위원장은 “제임스 아모스 해병대사령관에게 북한이 한국을 침략할 경우의 전쟁계획을 질의했다”며 “이에 아모스 사령관은 해병대 20개 여단이 한반도 전장에 투입된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시퀘스터(연방정부 자동 예산감축)에 따라 미국 해병대의 전체 규모가 17만5000명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21개 여단 밖에 편성할 수 없다”며 “결국 (한반도 전쟁시) 해병대 1개 여단만이 미국 본토에 남아 나머지 세계를 지켜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해병대는 3개 해병기동부대로 구성돼 있고 각 기동부대 산하에 해병원정여단과 3개 연대가 배치돼 있다. 또 별도로 예비군 부대가 존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키언 위원장이 언급한 '20개 여단'이 정확히 어떤 조직편제를 의미하는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 해병대 병력의 큰 부분이 출동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해병대사령관이 언급한 투입 규모는 미국이 약속한 증원전력의 일부다. 미국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계획5027'에 근거하여 증원전력으로 병력 69만여 명,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000여 대를 전쟁이전부터 지원하기로 약속하고 있다(2012국방백서, 48P 참조). 함정에는 항공모함 전투단, 상륙 강습단과 핵추진 잠수함도 포함되어 있다. 평시 미군전력의 약50%이고 전시 한국군 전투력의 9배에 해당한다.
이렇게 대규모 전력이 와야 하는 이유는 서울이 휴전선에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심(重心, Center of Gravity)인 서울이 점령되든지 대규모로 파괴될 경우 국가생존이 위태롭게 된다. 해병대는 신속하게 북한지역에 상륙작전을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증원전력의 상당 부분이 위기조성단계부터 전개되는 것은 전쟁억제를 위해서다. 한미연합사에 부여된 평시 임무(전쟁억제를 위한 위기관리 등)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연합사가 예정대로 2015년 12월 1일에 해체될 경우 이후 미국 증원전력의 지원은 불확실하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마마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미정상회담(서울)에서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을 재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 중에는 전작권 전환만 알고 한미연합사 해체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 중에도 전작권 전환을 고집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전작권을 전환하면 한미연합사는 자동으로 해체된다. 전작권 전환은 안보자살행위에 해당한다. 그래서 재향군인회는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 자체를 그토록 반대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2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처음 제기된 이래 5년만인 2012년 4월 전환 방침이 확정되었다. 그 후 2010년 6월 한·미 정상은 2015년 12월까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때쯤은 안보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되어 왔다. 북한의 핵보유는 기정사실이 되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대남도발은 더욱 거칠어졌다. 중·일, 러·일의 영토분쟁과 미·중·러·일의 외교 갈등 등 한반도 주변의 안보 파고 역시 높아져 왔다. 한반도의 안보 상황 예측이 틀렸다는 것은 이를 전제로 한 정책도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이번 기회에 전작권 전환의 재연기가 아니라 계획 자체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한미연합사와 전작권 문제는 자존심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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