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배]불신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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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배]불신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시사 에세이]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

  • 승인 2014-05-19 14:11
  • 신문게재 2014-05-20 16면
  •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
▲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
▲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
세월호가 가라앉았고 우리 아이들도 가라앉았다.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사회는 정말 중요한 것이 가라앉고 있다. 국민의 분노가 극에 치닫고 불신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불신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믿음이 가라앉고 불신이 떠오르고 있다. 믿음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고 불신은 마귀의 무기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믿음의 기둥이 넘어지고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을 통하여 서로를 알고 의지하며 살고 있다. 다양한 계층과 영역의 사람들이 서로 믿고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국민이 정부를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를 부모와 자식이 부부가 서로 믿고 사는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학교에 보내고 믿음을 가지고 투자를 한다. 믿음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고 있다. 배가 정상적인 운항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행여 어려운 경우가 있더라도 선장과 국가가 모든 승객을 구조하기 위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랬기에 학생들은 안심하고 승선하였다.

그런데 그 믿음이 무너졌다. 우리는 침몰된 믿음 때문에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문제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모두가 세월호 선원이고 선장들이다. 한 가정의 한 직장의 선원이고 선장으로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 선장인 우리가 선장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가정의 선장으로서 직장의 선장으로서 주어진 일들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우리 모두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에 예라고 대답을 못하고 있다. 선장과 승무원들을 욕할 일이 아니다. 그 선장과 승무원들은 바로 나이고 국민 모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분노의 대상이 우리 자신이다. 국민 모두가 가해자고 살인자고 범죄자다. 문득 전쟁 생각이 난다.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세월호 사건과 오버랩이 되었다.

세월호의 수준으로 전쟁에 임할 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의 선장이고 선원이라면 우리는 전장(戰場)을 버리고 제 살길을 찾아 도망치지 않았을까?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합작품이다. 약속을 어기는 대통령, 거짓공약을 남발하며 민생법안에는 관심 없고 맨 날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 불법 탈법을 하고서도 빠져 나가는 돈 많은 부자들,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지 못하는 종교인들, 가정을 파괴하는 온갖 사이비 이단들에 대해 적당히 눈감아주고 넘어가는 뿌리 깊은 관행들. 한 마디로 배울게 없다. 이번 사고의 주원인은 어른들 잘못 때문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에 꽃다운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을까 걱정이다. 차가운 물속에 잠긴 아이들은 우리에게 소리치고 있다. 각자 주어진 위치에서 믿음을 주는 어른들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적인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영국은 해적의 나라였다. 그 민족이 일등국민이 된 것은 기독교정신을 가진 믿음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852년 2월 27일 새벽 2시경 영국의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호'가 암초에 부딪쳤다. 이 배에는 군인 472명과 민간인 162명, 총 634명이 승선해 있었다. 선체 바닥에 큰 구멍이 뚫려 버큰헤드호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 중이었다. 승조원들은 신속하게 갑판 위로 집결했다. 그들은 선장의 지휘에 따라 모든 민간인들을 구명보트 3척에 나눠 태워 바다 위로 옮겼다. 세 번째 보트를 내릴 때쯤 배는 거의 침몰한 상태였다. 보트에 탄 한 사람이 소리쳤다. “보트에 자리가 남아 있소! 군인 여러분도 얼른 뛰어내려 보트에 올라타시오!” 그때 스코틀랜드 연대의 라이트 대위가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부대- 차려!” 부동자세를 취한 장병들을 향해 라이트 대위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진정한 군인은 내 말을 들어라! 너희들이 바다에 뛰어내려 저 보트에 올라타면 대혼란이 일어나고 보트는 뒤집힌다. 우리는 국민을 지켜야할 군인이다. 지금 그 자리를 꼼짝 말고 지켜라!” 472명의 군인 중 누구 하나 보트의 빈자리를 향해 뛰어 내리지 않았다. 영국 해군의 명예를 지킨 채 마지막 축포를 쏘며 그들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버큰헤드 호의 영웅들은 영국 해군의 명예이자 영국이 일등 국가가 되는 시금석이 되었다.

일류 국가의 자격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웃과 국가에 대한 충성과 희생 봉사 질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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