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중 건양대 대우교수, 전 주일대사관 도쿄 총영사 |
국내 언론들은 연일 '국가개조, 대통령부터…' '110t 실은 25t 트럭 시한폭탄이 전국을…' '서울시 노후 전동차 2022년까지' 등으로 이번 참사가 가져온 총체적 부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각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단체, 민간기업들도 매뉴얼도 만들고 혹시 안전에 허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바닥에 무너진 '외양간'이 확 뜯어 고쳐지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외국 언론들도 그간 한국의 경제가 안전을 소홀히 한 채 급성장해 왔다고 보도하고, 특히 정부와 관련업체간의 '자동 회전문 관행'이 깨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회전문(Revolving Door)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로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가는 삼성 스마트 폰과 현대차의 나라, 그리고 2년 전 국제경기가 어려울 때 K-Pop으로 세계를 들썩이며 흥을 돋아주었던 다이내믹 코리아의 이미지가 왠지 불안하고 믿음이 안가는 이상한 나라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 4월 하순과 5월 초에 일본 오사카와 도쿄 그리고 중국의 베이징과 산서성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세월호 사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침통한 심정을 전해왔다. 일본은 매뉴얼사회, 유니폼사회다. 유치원 시절부터 반복된 연습과 실천으로 안전의식이 몸에 뱄다. 도쿄에서는 유치원생들이 줄을 잡고 질서 있게 길을 따라 가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분야의 현장에서 작업 유니폼을 입는다. 프로로서의 책임의식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는 물론 신간선 승무원들도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도로공사 현장은 물론이고 도로변에서의 크고 작은 작업 시에도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예전에는 회사 현장 등에서 유니폼을 많이 입었으나 개방 자율화로 지금은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우선 우리의 코레일은 일본과 비교하면 상당히 자율화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특히 교통, 운수 등 안전과 직결된 분야의 현장 등 종사자들의 책임의식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에서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중국 체류 중에 한 신문은 한국의 선박사고 사례에서 학습하여 연안선박의 운항 점검 등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중국은 고속철의 승차권을 실명제로 팔고, 베이징의 지하철에는 짐 검색대를 설치하고 있으며, 현금자동지급기(ATM)의 번호판 위에는 덮개가 씌워져 있으며, 호텔 엘리베이터는 카드를 넣어야 작동되는 곳이 많다. 트럭의 뒷부분에는 직사각형으로 얼룩말 무늬 띠가 둘려있어 야간에 눈에 잘 띄도록 하여 추돌을 예방하는 것 같았다. 모두 안전을 위한 조치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고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부실과 미비점이 잘 보완되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조직이 새로 출범하고, 제아무리 완벽한 안전 시스템을 갖추어 놓아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 무사안일, 기강 해이, 유착 부조리, 조작, 관피아 등이 되풀이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항상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기 위치에서 기본에 충실하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자세만이 재발을 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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