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인환 연세 남인환피부과 원장 |
지난 시절 여러 번의 끔찍한 안전사고 후에도 고쳐지지 않은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이번엔 확실히 뜯어고쳐야 한다. 이번만큼은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사건 후 어설프게 여론의 희생양을 몇몇 만들어 유야무야 넘어가게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사건이 생기기전부터 사고의 근원이 된 제도와 정책의 잘못된 요소를 철저히 찾고, 낡은 고물배를 들여와 20년간 독점 사업을 벌인 청해진 회사의 요상한 기업경영부터, 오랜기간 독점적인 항로를 누린 해운업계와 행정감독기관의 어두운 유착관계를 철저히 규명해야하고, 잘못을 가려 응분의 죄를 묻고 배상하게 해야 한다.
해양경찰의 초기 구난과정의 난맥을 되 집어 잘잘못을 가리고,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고 필요하다면 큰돈이 들더라도 새 틀을 짜야한다. 안전을 강조하던 정부도 제대로 된 재난구조 프로토콜 하나 갖지 못해 허둥대고, 정치 정략에 마음이 팔려 제대로 된 제도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필요한 예산조차 확보해 주지 못한 국회도 국민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고 보도과정에서 보여준 언론의 비윤리적인 저널리즘은 국민의 가슴을 헤집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불필요하게 허비시켰다. 책임을 물어 이참에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저급 언론들은 국민감정에 가름하여 정리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사고후 안타까움과 분노를 누르며, 생존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국민들은 반복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노출되면서 집단 무기력함과 우울증상에 빠져버렸고, 경제사회적 활동까지 줄어들면서 모든 국민생활에 너무 많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젠 과도하게 슬퍼하지 않거나 애도하지 않으면 마치 아주 나쁜 악의 부류인 것처럼 국민의 감정마저도 혼돈스러워져 버렸다. 그러나 이젠 힘든 감정을 삭혀내던 국민들 사이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금 긍정적인 의지의 표현들이 조심스레 나타나고 있다.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은 재난구조와 극복과정에서 더욱 강력하고 단합된 모습의 미국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이렇듯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그들의 희생을 눈앞에 놓고, 유언비어와 서로의 반목과 네탓 내탓의 책임공방으로 국가를 더욱 찢어발기는 결과로 몰고 간다면, 제대로 된 반성없이 그냥 금방 잊어지게 될 사건으로 내버려져 진다면, 너무 안타깝고 허망하지 않겠는가?
국민의 모든 생활이 슬픔과 애도로 강제되고 있는 지금의 사회분위기속에서도, 온갖 악조건속에서 목숨을 내놓고 구조활동에 매달린 잠수구조사들의 노력과, 천안함 유족과 경주희생자가족들이 팽목항에서 보여준 진솔된 위로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었고, 우리 국민들에게 시련을 극복하는 긍정의 힘이 있슴을 되찾게 해주었다.
무책임하게 아니 뻔뻔하게 어린 학생까지 사지로 몰고 간 우리 기성세대 개인 한사람 한사람이 희생자의 빈소에서 엎드려 진솔하게 잘못을 빌어야지 대통령 한명의 사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대통령의 사죄 한마디로 모든 국민의 안전의식을 바뀌고, 넋나간 대통령 사퇴요구로 안전한 사회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 않는가. “미안하다, 죄스럽다”라고 입으로만 애도하고, 과거처럼 진정한 반성의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영원히 죽은 자들을 욕보이는 비겁한 사회가 된다.
국가개조론에 주창하기에 앞서 우선 국민 개개인이 나부터 정직하고, 나부터 원칙과 규범에 따라 올바르게 생활해야하고, 주변의 부정과 불의를 절대로 묵과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세월호 희생자들이 억울한 죽음을 통해 우리 국민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우리 사회가 모든 제도적 결함과 부조리를 한꺼번에 없앨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식개혁만이라도 이번엔 제대로 하자. 그리고 해상여객운송 만이라도 안전한 시스템으로 바꾸자.
과거 우리의 부끄러웠던 화장실문화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거치면서 이젠 세계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수 있는 청결하고 편리한 화장실 시설을 갖게 되지 않았는가?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의식과 정부의 지속적 정책의지만 있으면 우리는 대한민국을 안전을 최고 미덕으로 하는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로 만들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만이 우리의 총체적인 안전불감증 때문에 희생된 애틋한 세월호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애도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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