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산업현장으로… 무인기의 '새로운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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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산업현장으로… 무인기의 '새로운 비행'

재난재해 감시·테러현장 침투 등 다양한 목적 따라 운용 항우연 선두 개발 활발 '틸트로터형 기술' 세계 2번째 확보

  • 승인 2014-05-15 14:33
  • 신문게재 2014-05-16 10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스마트무인기를 연구개발 하고 있는 모습.
▲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스마트무인기를 연구개발 하고 있는 모습.
최근 잇따라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발견되면서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무인기는 200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한 후 각국에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찰이나 정밀한 타깃 공격 등 군용뿐만 아니라 재난재해 감시, 테러현장 침투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운용된다.

다양한 활용성을 토대로 무인배달부터 극지 인터넷 중계까지 우리 생활 곳곳으로 들어오고 있다. 산업 시장에서는 무인기를 일컫는 '드론'이라는 용어를 차용해 이른바 '드론산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무인기는 그동안 비싼 가격과 기술·제도적 제약으로 군사용이라는 제한된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며 소형화, 고성능화, 자율성 증대, 신뢰성 향상 등이 구현되면서 무인기는 점점 복잡하고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무인기의 활용성도 크기와 용도 등에 따라 광범위하게 발전하고 있다.

▲무인기, 생활속으로 들어오다=무인기는 무인 배달서비스나 통신 중계, 농작물 작황조사, 기상관측, 밀입국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아직 대부분의 시도가 기술 검증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상용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무인기를 통한 상업적 시도들은 큰 화제를 낳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프라임 에어'라는 무인기를 통해서 상품을 배달하는 혁명적인 무인 배달 시스템 계획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피자업체 도미노피자의 영국 체인은 런던 근교 길포드에서 6㎞ 떨어진 고객에게 무인기로 피자를 배달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크게 회자됐다.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직접 무인기 업체를 인수하고 고고도에서 오랫동안 체공할 수 있는 무인기를 활용해서 사막 등 극지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무인기의 무한한 활용성을 설명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요즘 예능 등 TV 프로그램에서는 '헬리캠'이라고 부르는 무인기 촬영 장비가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스케일이 큰 그림을 보여주는 일도 이미 흔한 영상 기법이 됐다.

대형 재난재해 현장이나 국경 지역 경비 등 위험이 따르는 지역에 투입되는 유인기를 대체하는 역할도 무인기의 미래 임무다.

이처럼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상업 시장이 무궁무진하게 제시되면서 무인기 시장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무인기 시장은 현재 항공업계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미국의 방위컨설팅사 틸 그룹(Teal Group)에 따르면 세계 무인항공기 시장은 올해 53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125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약 10%씩 급성장 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시장은 향후 15년간 약 1.6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무인기 시장은 현재 군사용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인 97~98%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점차 민간 및 상업용 무인기의 보급이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독자개발 날개달고 세계로=로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선두로 관련 산업체 등이 무인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향후 확대될 국내외 무인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책적 제도적 지원 및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무인기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어서 꾸준한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독자 개발 무인기를 운용한 세계 10번째 국가이며, 틸트로터형 무인기 기술을 세계 2번째 개발 확보한 국가다. 기술적으로는 세계 7위권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세계 최초 틸트로터 무인기 '스마트무인기'.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세계 최초 틸트로터 무인기 '스마트무인기'.
특히 우리나라는 민수 분야 무인기 기술 개발 중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틸트로터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틸트로터 무인기 '스마트무인기'는 비행 중 로터가 수직수평 방향으로 움직이며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헬리콥터와 고공고속 비행이 가능한 고정익기의 장점이 모두 결합된 항공기다. 틸트로터형 유인기는 현재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오스프리 V-22 항공기가 있지만 무인기로서는 한국의 스마트무인기가 유일하다.

특히 이 기술은 차세대 미래형 개인항공기인 PAV(Personal Air Vehicle) 기술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영화에서처럼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하거나, 공항에 가지 않아도 다른 도시까지 쉽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이 PAV의 개념이다. 활주로 없이 바로 이착륙할 수 있고 자율 충돌 회피기능이 탑재된 스마트무인기 기술이 이런 미래형 비행기 기술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스마트무인기 개발을 통해 확보한 틸트로터 무인기 기술을 대한항공에 기술 이전해 실용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용화를 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창조경제 산업엔진 프로젝트' 13개 과제 중 하나로 '고속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를 선정하고 실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프로젝트 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국내 산업체에서 실제 틸트로터기를 상용화해 국내 활용은 물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제 이름은 '고속·수직 이착륙 무인항공기 시스템'이다.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는 신개념 무인 항공기로 헬기처럼 수직 이착륙을 하면서도 비행기처럼 고속 비행도 가능하다. 길이 5m, 폭 7m의 무인기의 날개 양쪽에 달린 프로펠러(로터)가 이착륙 시에는 위를 향하고 있다가 비행 중에는 날개와 수평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어져 운용, 체공시간은 5시간. 해안 및 도서 정찰, 산불 발생 감시 및 진압 통제, 교통 감시, 황사·해일·태풍 등 기상 관측 등의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또 항우연은 고도 20㎞의 성층권에서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동력무인기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동력무인기는 위성과 같은 통신 중계, 관측 업무 등에 활용된다. 항우연은 “현재 한국의 무인기 개발 수준은 미국과 이스라엘,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7위 정도”라고 설명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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