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희]무인기와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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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희]무인기와 창조경제

[사이언스칼럼]장병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술연구소장

  • 승인 2014-05-15 13:49
  • 신문게재 2014-05-16 17면
  • 장병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술연구소장장병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술연구소장
▲ 장병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술연구소장
▲ 장병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기술연구소장
한동안 국내 언론을 뜨겁게 달군 정체불명의 무인기는 결국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판명됐다. 세월호 참사가 온 국민을 비탄에 빠뜨리기 전 북한의 무인기가 청와대 등 남한의 주요 시설들을 정찰하고 잇따라 남측지역에 떨어지면서 방호막이 뚫렸다는 지적부터 남북 무인기 기술의 비교까지 다양한 쟁점이 불거졌었다.

무인기는 원래 감시·정찰·공격 등을 수행하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민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무인기 시장은 군용이 98% 이상을 차지하며, 민용은 채 2%를 넘지 않는다. 이처럼 군용 무인기와 달리 민용 무인기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기술과 제도의 미성숙 때문이다. 수 십 수백 대의 무인기가 동시에 운용되는 실제 상황에서 상호 충돌을 회피하면서 예기치 않은 추락을 방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주요국은 무인기의 민간 보급을 위한 제도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과 유럽은 단거리 운용이 가능한 소형 무인기 관련 제도를 우선 개발하고 단계적으로 장거리에서 운용되는 대형 무인기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미국은 2020년, 유럽은 2028년 제도 완성이 목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국토부를 중심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무인기의 민간 활용이 본격화 된다면 인터넷과 휴대폰, 컴퓨터와 같이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돼 민간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IT 업체가 직접 무인기 회사를 인수하고 고고도장기체공무인기를 활용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는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사업구상을 내놓는다거나, 아마존, DHL, UPS, 도미노피자 같은 유통회사들이 무인기 배달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한 사례들이 무인기의 사업성을 잘 말해주는 단면이다. 무인기의 다양한 활용성은 아직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향후 10년 내 연 평균 10%정도 성장할 것이고, 특히 민간 무인기 시장은 연 평균 35%의 고성장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시장의 발전은 더 빠른 기술적인 진보로 이어져 유인기의 무인기화가 가속화되고, 미래형 개인용항공기(PAV)의 탄생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수직이착륙과 자율비행이 가능한 PAV가 현실화된다면, 현재의 자동차 중심의 교통 기반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의 파급력도 예상할 수 있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무인기 시장은 우리나라에게도 좋은 기회다. 조종사 없이 자동으로 비행하면서 감시, 관측 등 정보 수집 임무에 주로 활용되는 무인기는 유인항공기보다 더 IT기술이 중요한데,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여건인 셈이다. 특히 우리는 회전익과 고정익 항공기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틸트로터 기술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하고 무인기로서는 세계 첫 번째 실용화를 추진할 정도로 상당한 첨단 고급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무인기 기술수준은 미국, 이스라엘 등과 같은 선두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거의 장악하다 시피해온 무인기 공급시장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어 우리나라와 같은 역량 있는 후발국에겐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무인기 시장에서의 성공전략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 기술의 상용화 과정을 벤치마킹 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전자시대를 위한 전략기술로 발굴된 CDMA는 원천기술을 퀄컴사로부터 도입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세계 최초로 실용화에 성공하고, 2세대 이동통신으로 국내에 보급한 뒤 다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해 성공을 거뒀다. 무인기 역시 세계 최초 실용화가 가능한 선도형 무인기를 개발하고, 군 전력화로 실용성을 검증한 후, 민간시장과 세계시장에 나선다면 CDMA의 성공 방정식과 같은 공식으로 성공이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한 틸트로터 무인기나 우리가 상대적으로 빠른 기술 습득이 가능한 고고도장기체공무인기, 미래형 PAV 등이 선도형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무인기는 최첨단 기술의 시현이라는 점에서 화제성이 강하지만 요즘처럼 우리 사회에서 군사·정치·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됐던 적은 없었다. 안보 불안으로부터 촉발된 무인기에 대한 관심과 논쟁이 우리 사회에 불안과 위협 요소로 수용되기 보다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신화창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 국가적인 지원과 투자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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