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선거전에 뛰어든 후보들이 다 혼탁하다는 말은 아니다. 일부 후보들은 스스로 자숙하는 분위기다. 더러는 3무(無) 선거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감안해 비방 없는 선거, 로고송 없는 선거, 율동 없는 선거를 선언한 것이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돈 안들고 조용하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하겠다’며 ‘이번 선거부터 과거와 결별한 새로운 선거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권은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 조용한 선거를 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각 당의 후보 경선에 뛰어든 예비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과거에 만연했던 네거티브 선거전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헤아려야 할 정치권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15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30일째 되는 시점이다. 한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20여명에 이르며 그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낮밤을 새우며 가족의 시신이라도 하루속히 찾기를 고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6·4지방선거도 중요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에 더 가슴 아파하며 귀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6·4지방선거를 바라다보는 유권자들의 눈을 더 무관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일부 유권자들은 냉소주의 또는 투표를 기피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여전히 네거티브나 상대방 흠집내기식 고발을 서슴지 않는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근본원인이 무엇이며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나라로 가는가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과거와 다름없는 네거티브 선거전이나 펼치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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