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
차마 다할 수 없는 원망들을 접어놓고 가슴을 치는 통한이 얼마나 깊었을까? 어처구니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또 걱정이 앞선다. 이 엄청난 비극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과정들을 얼마지나서 또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음의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슬며시 '관행'이란 괴담이 나타난다. 너무나 비통한 관행의 함정들과 올무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다. 비슷한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또 잊어버리게 될것이라는 예측을 부정하기 힘들어 전율이 느껴진다.
진심으로 얘기하고 싶은 한마디, 관행을 완벽하게 고쳐 되풀이하지 않는 관행을 일컬어 관행의 관행이라 하자. 그릇된 관행을 고치는 관행, 아름답고 따뜻한 관행을 이어가는 관행을 관행의 관행이라 하자. 잘못된 관행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고, 일상화 되는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형량할 수 없이 큰 충격적 자각이 필요한 이 순간도 불행한 관행은 계속 생성되고 맴돌고 있다한들 할말이 있을까?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과거와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지혜와 용단이 절실하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나는 글을 써놓는다. 2002년 1월 29일 군산 개복동 유흥업소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잠가놓은 철창 안에 갇혀 있다가 꽃다운 여성 15명이 화재로 참살되었다. 그때를 나는 이렇게 적었다.
< 신들의 울음4> 「 휘황한 홍등 골목, 통곡조차 잃은 천사들―/ 차라리 동물원에 갇힌 그들은 사육사의 정성과 우정, 시민과의 건전한 만남이 있건만― 술과 잠과 빚과 자물통에 갇힌 채, 참을 수 없는 짓거리를 감내하면서 놈팡이들의 동전을 물고 지옥의 잔칫상에 바쳐진 몸뚱이로 마셔야 하는 피눈물의 잔―./ 중세의 노예는 땀 흘려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고도 뛰쳐나갈 자유가 없어 울었으나 깨끗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과 촉촉한 비에 젖을 수 있었고, 아이를 낳을 자유까지 있었건만―, 윈도우 속의 그대들은 중독·질병·함정·유린·낙태… 말 한마디 못하고 갇혀 인생을 바쳤단 말인가? 육신을 짓밟힌 생명일지라도 깨끗한 영혼을 달라고 꿈속에서 외치다 소스라치게 놀라 잠을 깨었을 때 이미 타오르는 불길을 어찌할 수 있었으랴? 원한도 사랑도 다 사로잡아 매어놓은 밧줄이 몽땅 불에 타버린 뒤 가엾은 영혼이나마 훨훨 날아가는 자유를 얻었단 말이냐? /어머니 찢어진 하늘에서 아침 냉수 한 모금 주시오.」하고 저승에서 깨어나리라.
오늘의 세월호 참살에 대하여 내가 적어놓은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신들의 울음 6 <1> 급류의 진도앞바다― 그 통곡의 소용돌이 / 2014년 4월 16일 팽목항 앞 바다에서 세월호가 솜털 포송포송한 우리의 아이들 삼백여명을 사로잡아 바다 속으로 끌고 갔다. 선장이 앞장서고 선원들이 맨 먼저 배와 인명을 내버리고 살아나갈 때 어느 신이 '너희들은 꼼짝 말고 바다 속으로 따라가라. 사나운 물길 속에서 다음 방송을 기다려라. 탈출하라는 방송이 없거든 물이 들이차도 그대로 있어라! 그렇게 물로 세례 받아야 너희들은 천당에 가고, 도망친 자들은 지옥으로 빠진단다. 나와 봐야 소용없이 구명정도 구명뗏목도 구명부환도 모두 꽁꽁 묶어 놨더냐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부르짖음으로―, 그 예쁜 아이들이 말 잘 듣고 다 죽었단다. 온 나라 어머니들이 앉아서 울고, 누워서 울고, 함께 손잡고 울고, 찢어진 옷자락 부둥켜안고 흐느껴― 넘치는 눈물바다에 뱃머리마저 18일 11시 꼴깍 묻혔다. 바다에 가라앉은 배는 어린 목숨들을 거머쥐었다. 아들 딸 시신조차 못 건지고 피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치다 쓰러진 가족들을 어쩌랴 / 풍선만 눈물바다에 떠서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다. 용단을 내려 혁신을 완성해야야 할 사람들이 이번에는 사명을 다하는지 지켜보자. 그 외에도 돈과 권력으로 지속되는 관행들 가운데 도사리고 있는 잘못된 관행들을 밝게 찾아내어 뿌리뽑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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