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표 대덕대 총장 |
한마디로 기본과 원칙을 철저하게 무시한 인재(人災)중에 인재다. 대충대충 건성건성 안전 불감증에다 '괜찮겠지?' 하는 무감각과 관행이 빚어낸 참사다. 증축을 허가할 때 화물은 3분의 1만 싣고, 배가 흔들릴 때 복원력 발휘로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平衡水)를 2배로 늘리라는 조건이 있었음에도 화물은 허가 적재량의 3배를, 평형수는 3분의 1만 채운 채 안개 속에 무리하게 출항한 예고된 비극이었다. “배의 복원력이 없었다”고 했으니 이는 미필적 고의다.
20년이 다 된 고물이다. 2월에 설비 안전검사를 받은 구명정 46개는 승객 전원을 구하고도 남을 충분한 숫자였으나 잠금장치가 풀리지 않아 대부분 미 작동 상태였고, 선원이면 누구나 10일에 한번 받는 선상 비상 훈련을 위한 기본 매뉴얼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지난 1년간 총 교육비는 54만 1000원에 불과했다. 선장·선원 어느 누구도 기본 매뉴얼을 지킨 사람은 하나도 없다. 누구라도 한 사람이 한 가지만 할 일 했어도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터. 더 말해 무엇 하랴. 기본이 무너져도 철저하게 무너진 것이다.
선원법에는 '선장은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 또는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는 직접 지휘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어 1등 항해사의 몫이었는데 '초보 항해사'가 지휘했고, 선장은 조타실에 없었다. 또한 '선장은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고가 나자 비상통로로 제일 먼저 탈출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선원의 명예', '마스터 매리 너(Master Mariner·대 선원)', '굿 시맨십(Good seamanship·훌륭한 선원정신)', '바다의 법칙(The rule of the sea)'을 떠올릴 수도 없는 아주 후진성 사고인데 왜 그 대가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인 어린 학생들이 이토록 참혹하게 치러야 하나. 가슴이 미어지고 분통이 터진다. 원칙이 송두리째 무너진 우리들의 자화상이고 민낯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들은 172라는 숫자가 바뀌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오죽 실망했어야 멀뚱멀뚱 해경, 우왕좌왕 해수부, 허우적 대책본부, 뭉그적 행정부라 했을까. 안전 매뉴얼 3200여개를 집중 개발했으면 무엇 하나. 매뉴얼이 아무리 훌륭해도 훈련으로 몸에 익혀 시스템화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신발 하나를 돌려놓는 것을 습관화 하는데도 2000번을 반복해야 몸에 붙는다. “사고가 났을 때 몸이 자동 반응하도록 몸에 익혀야 한다.” 그러자면 훈련, 훈련, 훈련밖에 없다. 위기 때의 반응은 같은 동작의 반복 또 반복으로 고정화(固定化) 시키고, 거듭 반복으로 자동화(自動化)시켜야 빛을 발한다. 몸이 반사적으로 저절로 알아서 반응해야 한다.
우리사회 곳곳에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잘못된 관행과 무관심이 여전히 남아 국민적 부담으로 돌아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세월호와 같은 허점들을 스스로 고치고 보완할 능력이 있는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 터지면 그와 유사하게 잠재되어 있는 재앙이 29건, 또 정도는 조금 낮지만 그와 비슷한 징후들이 300건 존재한다고 한다. 안전에 관한한 전쟁 수준으로 대처해야한다. 이는 모두 기본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생활화 되지 않으면 수치상 선진은 모두 허구다. 1%의 위험 요소를 100%로 보고 훈련을 통해 철저하게 몸에 배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에 대하여 처절한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조국 대한민국에 대하여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는데서 존재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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