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온]착하게, 그래도 착하게!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한기온]착하게, 그래도 착하게!

[중도춘추]한기온 제일교육문화센터 이사장

  • 승인 2014-05-14 13:56
  • 신문게재 2014-05-15 16면
  • 한기온 제일교육문화센터 이사장한기온 제일교육문화센터 이사장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두 종류의 사람들을 본다.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해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사람들과, 이런 참사의 상황을 보면서도 뒤에서 비아냥거리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사람들이 그 한 쪽이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타인을 돕는 많은 이타적인 사람들이 그 한 쪽이다. 그것은 구조 잠수 활동을 하면서 목숨을 잃은 한 잠수사를 통해서도,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무료봉사활동을 하는 많은 봉사자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란 존재는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사람은 어느 쪽을 지향하고 어느 쪽에 서서 살아가는 존재인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행동 경제학에 '최후 통첩 게임'이라는 의미 있는 실험이 있다. 당신은 십만원을 받고 이 돈을 A와 B, 두 뭉치로 나눈다. 당신은 A를 갖고 나는 B를 갖는다. 당신이 이 금액을 일단 나누었다면, 당신이 B에 얼마를 넣어 두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 있다. 내가 받아들이면 당신은 A를 갖게 되고 거절하면 둘 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다. 십만원을 어떻게 나누어야 맞는 걸까? 합리적으로 따져 보면 당신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갖고, 나에게는 만원이든 천원이든 되도록 적은 액수를 주는 것이 옳다. 내 입장에서도 천원이 0원보다 낫고,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쪽이 낫다. 그러나 내가 거절하게 되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되고 내가 수용하게 되면 A의 것은 당신 것이 된다. 그러면 여기서 보통사람들은 반이상의 액수를 당신이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한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결과는 평균 43%를 자신이 갖고 57%를 내주었다. 이 실험 결과와 관련해 연구자들은 인간의 나누어 갖는 행동 양식, 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경 과학과 영장류학의 최근 실험들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이기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뇌 스캔을 활용하여 인간의 복잡한 행동은 타고난 욕망을 바탕으로 진화해 왔는데, 이기심과 탐욕 말고도 공정심과 이타심 역시 타고난 욕망의 일부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실험은 진화론적인 측면으로 봐서도 인간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상의 실험들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유전적으로 이기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협력하고 교류하며, 공동체를 건설하고 유지하며, 서로 사랑하고 나누어야 살아갈 수 있게끔 진화되었다. 사람들은 관용, 공정함, 신뢰, 이타주의, 호혜성을 그 자체로 가치 있게 여기고 그것이 살아가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것을 내재화 시킨 것이다.

나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자기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본인만 탈출하기에 급급했던 선장을 탓하기에 앞서 그의 어렸을 때 그의 부모와 그가 성장하면서 그를 거쳐 갔을 선생님들의 교육을 먼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가치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이 사회의 분위기를 생각해본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환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전 분야에서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정경유착과 비리, 사회적 부조리, 일을 맡은 자의 무책임함, 타인의 아픔에 대한 무감각 등 모든 환부를 도려내고 치료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위의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은 선을 지향하는 이타적인 존재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한 인간이 성장하는 어릴 때부터 그 부모에게서, 그 선생님들에게서 '착하게, 그래도 착하게'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때 이런 비극적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교육하지 못했을 때 결국 피해는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우리의 '유전자'는 지혜롭게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