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연 변호사 |
어처구니없는 대형참사 앞에 그동안 우리가 우쭐대며 자랑했던 많은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무한 것인지를 새삼 가슴에 새기며 필자부터 반성의 마음으로 옷깃을 여민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가장 먼저 탐욕스런 해운회사의 과적(過積)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사고 당시 세월호는 980t의 화물을 실어야 적정했지만, 자동차 108대를 포함하여 무려 3608t의 화물을 실음으로써 상상 이상의 과적을 하였다.여객선이 화물선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짐을 실기 위해서라도 복원력 유지에 필수적인 평형수를 빼 내지 않을 수 없다. 운송비를 노린 탐욕이 생때같은 고등학생들을 비롯하여 무고한 300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두 번째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과 비겁함이다. 100년 전의 타이타닉호도 구명보트를 절반이나 적게 탑재하고 최고 속도를 과시하기 위해 빙산 위험지역에서 과속을 하는 등 인재(人災)의 성격이 강했지만, 최소한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먼저 구하기 위해 승객들을 버리는 따위의 비겁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선장과 선원들은 어찌보면 선박의 '지배자'들이다.
승객들은 그 누구나 할 것 없이 선장의 지시에 순응해야 하고, 선장에게는 사법권도 부여되어 있다. 그런 바다의 지배자가 침몰 앞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순응하고 질서를 지키며 객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476명의 승객들을 나몰라라 방치하고 가장 먼저 탈출하는 장면을 보면서, 직업윤리를 떠나 같은 인간으로서 참담한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그동안 하얀 제복을 입고 파이프를 물며 마도로스 행세를 했을 것을 상상하니 소름이 끼친다. 가장 엄한 형벌로 후세의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무능력이 참사를 키웠다. 초기 골든타임에 해경은 선원들만 구한 채 세월호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하고 실질적인 구조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3~4일 동안에도 잠수부 10여명이 교대로 구조하는 시늉만 했을 뿐 세월호 본체 안으로 들어가서 특별한 구조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정작 언론에는 잠수부 500여명이 구조활동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과장 보도되었으니 실종자 가족과 국민을 그만큼 우롱한 것이다. 스스로 탈출한 승객을 걷어 올린 것 이외에 배 안에 갇힌 300명 승객 중에서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전례가 전 세계에 한번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사고 초기에 해경이 선체안으로 들어가 능동적인 구조활동을 펼쳤다면 전원 구조되었을 가능성이 컸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와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애초부터 현 정부는 이런 대형 참사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페이퍼 기구'를 만드는 것에는 능해서 진도실내체육관 대책본부, 범부처사고대책본부(해양수산부 소관), 중앙사고대책본부(교육부 소관, 세종),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안전행정부 소관, 서울) 등 사고대책본부만 10개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우왕좌왕 하다가 실종자와 구조자 수를 200여명 이상 차이가 나게 발표를 하는 등 덧셈조차 하지 못하는 최악의 무능함을 보여주었다.
그런 와중에 할머니를 동원해 조문을 연출하는 장면, 정부만 감싸는 객관적이지 못한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 유가족 앞에서 팔걸이 의자에 앉아 맛있게 라면을 먹는 장관의 모습, 유가족에게 장관이 오셨으니 예를 갖추어 달라는 수행원의 감 없는 충성심 등 온 국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연속된 일련의 행태에 장탄식을 금할 수 없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현 정부다. 이로 인한 직접 비용만 수억 원이 넘었다고 하는데 무슨 효과를 보았는지 궁금하다. 박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최소한 정부 조직의 비효율성과 적응력 부족을 정확히 꿰뚫었기를 바란다. 늦었지만, 아주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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