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주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9일 열린 '제6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에서 과학벨트 내 핵심 기초연구시설 건립을 위한 '기초과학연구원·중이온가속기 건립계획(안)'을 심의·의결한 결과, 완공시기를 오는 2021년으로 확정했다. 과학벨트의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엑스포과학공원(도룡 지구 부지 약 26㎡) 내에 2017년까지 연구동, 행정·교류시설, 게스트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1차 완공 후 2021년까지 최종 건립될 예정이다.
연구시설단지인 중이온가속기(신동지구 부지 약 98㎡)는 2019년까지 저에너지 가속기 관련시설이 1차로 건립되고 2021년까지 고에너지 가속기 관련시설을 완공될 계획이다. KAIST를 비롯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D·U·P(대구경북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대·포항공대) 등 5개 특성화 대학에 분산 건립되는 기초과학연구원 캠퍼스는 연구단 선정현황 등과 연계해 2021년까지 차례로 조성된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확정된 과학벨트 기본계획에는 완공시기가 2017년으로 명시됐다. 이후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지난해 과학벨트 기본계획을 변경, 완공시기를 2년 늦춰 2019년으로 확정했다. 과학벨트 기본계획변경 몇 달 후인 지난 9일에는 완공시기를 또 다시 2년 지연시켜 2021년으로 발표, 당초 계획보다 완공시기가 4년 미뤄진 셈이다.
▲정부, 과학벨트 추진 의지 있나=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시절 충청권 대선 공약인 과학벨트는 2008년 인수위 TF에서 조성방안을 마련했지만 세종시 수정안과 맞물려 관련특별법이 3년 후인 2011년 특별법이 국회통과한 후 입지선정으로 진통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전이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확정됐지만 부지매입비 부담 주체를 놓고 정부와 대전시간에 갈등을 빚었다. 결국, 지난해 중이온가속기 건립지인 신동지구는 정부가 부지를 매입하고 둔곡지구 건립 예정이었던 IBS는 대전시가 제공하는 부지인 엑스포과학공원(도룡지구)으로 입지를 변경, 절충했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이명박정권에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에 대규모의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이는 과학벨트 사업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지난 9일 오는 2021년까지 8년간 IBS 건립비 1조 6662억원과 중이온가속기장치구축 사업비 4602억원 등 총 2조 1264억원 예산 투입을 확정했다.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에서 굳이 과학벨트에 몇 조원을 투입할 의지가 있겠느냐”며 “과학벨트 사업은 다음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미래부 과학벨트 한 관계자는 “KDI 보고서에서 부지매입비 부담 주체논란으로 2여년정도 지연된 것과 국가재정상황 등으로 완공시기를 2년 연기하는 것으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오세정 원장 중도하차이후, 기관장 장기간 공백사태=과학벨트 핵심축인 IBS는 지난 2월 중순부터 기관장 공석 상태다. 임기 5년을 보장받았던 오세정 초대 원장이 서울대 총장 출마를 위해 임기를 3년 여 남기고 지난 2월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기관장 공석 3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후임 원장 선임절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과학벨트 주요 사업들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유명무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다.
과학기술계 한 인사는 “오 원장 중도하차이후 연구원 분위기 자체가 침체된 것으로 안다”며 “또한 사업을 총괄하는 원장도 없는 상태에서 핵심 기초연구시설 건립 시기 연기를 확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