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인 한밭대 창업대학원 사업단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업에 있고, 그래서 전국에 만들어지고, 대전에 처음 만든 창조경제센터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검증된 아이디어에 대해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신사업으로 나가도록 돕는다. 대학 또한 기업가정신을 갖춘 학생을 배출해, 이들이 사회에 나가 기존 기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가진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천해 옮길 역량을 키우고자 한다. 이처럼 창업자, 지원기관, 대학 등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이 창업학이란 좋은 약이다.
'3000개의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 중에 한 개가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논문이 오래전에 발표된 바 있다. 3000개 속에는 글로 쓴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머리 속으로 생각한 것 까지를 포함해서다. 이처럼 실패 가능성이 높은 창업자의 병을 어떤 좋은 약을 만들고 먹어야 고칠 수 있을까? 아니 예방하거나 덜 아프게 해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여기서는 기술, 제품, 시장이라는 TPM의 약을 제안한다.
첫째, 독특한 기술(T)의 개발 또는 이전이다. 기술이란 씨앗이 부실하면 좋은 땅에 심어도 좋은 열매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자, 이웃나라와 비교해도 독특성이 분명한 기술 개발과 확보가 필요하다.
둘째, 문제가 많다고 느끼는 고객이 다수인 곳을 찾는 것이다. 좋은 씨앗도 밭이 안좋거나, 적당한 햇빛과 수분이 없으면 잘 자라지 못한다. 그런데 창업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만들어도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M)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곳, 또는 많은 고객이 원하는 시장을 먼저 찾아야 한다.
셋째, 시장의 문제와 독특한 기술의 사이에서 양자를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제품과 서비스이다. 고객은 기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제품(P)을 사기 때문이다. 이 때 큰 가치를 제공할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제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 TPM 약은 창업과정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그 뒤에 이렇게 제안된 가치가 실제 만들어지고, 판매될 때, 또 다른 창업학의 약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에는, 전임상과 임상의 여러 연구단계를 거치면서 식약청 승인을 얻기까지 10년이란 시간과 1000억원의 큰 비용이 수반된다. 그래서 임상을 대행해 주는 퀸타일스와 같은 계약연구조직(CRO)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창업학이란 좋은 약이 개발되려면 오랜 기간의 연구와 임상을 거쳐야 한다.
대학이 이제 창업교육과 기업가정신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10년 전 창업대학원이 전국에 다섯 개 만들어져 척박한 땅에서 묵묵히 밭을 간 경험이 있고, 새롭게 다섯 개 창업대학원이 곧 출발한다. 정부는 작년 9월, 세 개 부처 합동으로 '대학창업교육 5개년계획'을 수립해서 창업학 약을 개발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창업선도대학과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에서도 창업교육센터를 만들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어느 신약이 약 효과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 눈을 가리고 경진대회를 하면 어떤가 싶다.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누가 어떻게 얼마나 열심히 만들어 왔는지를 공개하는 자리를 만들어 서로 배우는 기회가 필요하다. 해외 벤치마킹과 함께 국내에서 서로 지식을 나누는 자리 마련이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을 나누는 것이 힘'이라는 지식경영의 기본처럼 말이다. 실화를 영화로 만든 '긴급조치'를 보면 폼베이병에 걸린 자녀를 구하기 위해 아빠가 과학자, 기업, 후원인들과 함께 신약을 개발하는 험난한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 창업학의 약 개발도 위험에 놓인 자식을 구하는 부모의 심정으로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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