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불편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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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불편한 선물'

학부모, 촌지시비 우려 전달방식 고민 - 교사, 어떻게 되돌려보내나 걱정

  • 승인 2014-05-06 16:18
  • 신문게재 2014-05-07 6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5살 자녀를 둔 워킹맘 박정은(가명·36)씨는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스승의 날 때문에 이래저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녀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스승의날 선물 고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는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서 스승의날을 챙기는 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대부분 엄마들이 스승의날 어린이집 선생님 선물을 챙기고 있었다”며 “그 뒤 선생님을 볼 때면 나만 선물을 안 한 것 같아 왠지 미안하고, 혹시 우리 아기만 미움받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내내 마음이 쓰였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이 반갑지 않기는 A어린이집 교사 이모(30)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스승의날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공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냈지만 선물을 보내는 일부 학부모와 승강이를 벌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부모와 교사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물을 주는 입장인 학부모는 경제적인 부담과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반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선물을 잘 돌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유명 포털사이트의 육아 커뮤니티에도 스승의 날 선물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어린이집에서 선물 일절 안 받는다는 안내 공문이 왔다”며 “그래도 정작 선물하면 다 받는다는데 선물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어린이집 학대 등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괜히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가 아이가 교사에게 밉보일까 걱정하는 엄마들도 많았다. 또 자신의 아이만 차별당할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스승의 날 선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전할지도 여전히 고민이다. '촌지'로 오해될까봐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에는 모바일 기프트콘이 스승의 날 선물의 '신풍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간편하고 손쉽게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스승의 날 선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교사를 위한 스승의 날이 학부모는 물론 교사에게도 외면하고 싶은 날이 되고 있다. A초등학교 한 교사는 “웬만하면 다 돌려보내지만 직접 만든 음식이나 비누 등을 돌려보내면 섭섭해하는 학부모가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 정모(29)씨도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공문을 보내고 선물을 보내오더라도 되돌려 보내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와 손으로 만든 쿠키 같은 경우 정성을 봐서 안 받기가 뭐하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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