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만이 희망의 사다리” 기숙형 대안학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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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만이 희망의 사다리” 기숙형 대안학교 절실

충남도내 기숙형 대안학교 한곳도 없어…현실 배려한 맞춤 교육시스템 필요

  • 승인 2014-05-06 15:52
  • 신문게재 2014-05-07 2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가정의 달 특집 - '중도입국 자녀'가 울고 있다] 중.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지원책과 방안

#충남 △△군에 사는 21살 미나(가명)씨.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국남자와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3년 전 입국했다. 어머니와 새 아버지 그 사이에 태어난 3명의 동생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7명의 대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부모의 벌이가 마땅치 않다. 한국어는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배울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배움은 가정 형편상 무리였다. 헤어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미나씨는 지금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김공장에서 김을 굽고 있다.

#충남 OO시에 사는 18살 다니엘(가명)은 필리핀에서 나고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입국했다. 공부를 잘했던 다니엘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역에 있는 기숙형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 새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서 일을 못하는 상황. “어머니를 돕고 가족과 함께 살겠다”며 기숙형 고교를 포기하고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상업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디자인 전공이 꿈이었던 다니엘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꿈을 접었다.

'다문화 가정'의 '중도입국 자녀'들이 이중, 삼중의 '다중고'를 겪고 있다. 집안에서는 재혼가정 적응 문제와 어려운 가정 형편, 학교에서는 다른 피부색과 서툰 한국어로 인한 부적응 문제와 그로 인한 일탈의 문제 등. '교육은 희망의 사다리'라고 하지만 '중도입국 자녀'들에게는 그 사다리 역시 오르기 쉽지 않은, 험난한 과정이다. 일선 전문가들은 충남지역에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 적극 지원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숙형 대안학교'와 '레인보우스쿨' 등의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도내에는 현재 한곳도 운영되고 있지 않다.

'기숙형 대안학교'는 도내 15개 시·군에 살고 있는 중도입국 자녀들의 등·하교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24시간 교내에 머물며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학생들의 일탈도 줄일 수 있다. 기숙형 다문화 대안학교로는 인천 한누리학교(초, 중, 고 통합 기숙형)와 충북 제천에 한국폴리텍 다솜학교(기숙형 기술고등학교) 등이 있다. 충남에 기숙형 다문화 대안학교가 없다보니, 도내 중도입국 자녀들은 제천의 다솜학교 입학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가센터) 김인숙 센터장은 “일선 현장에서 중도입국 자녀들을 만나보면 기숙형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며 “기숙형 대안학교에서 중도입국 자녀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부모에 대한 교육은 물론 각종 법률문제와 관련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인보우스쿨'은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중도입국 자녀들의 적응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다. 대전에서는 배재대 다문화교육센터(센터장 김정현)가 지역 최초로 '레인보우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 3월부터 7월까지 진행되며 현재 9명이 교육받고 있다. 국내에서 정규 공교육을 받지 못하는 20대 초반의 학생이 대부분이다. 배재대 다문화교육센터 김기정 운영강사는 “10대 중도입국 자녀들은 국내에서 정규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20대 초반의 중도입국 자녀들은 그조차 어렵다”며 “레인보우스쿨이 20대 초반까지도 폭넓게 대상으로 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을 받지 못하는 18세 이상 20대 초반의 중도입국 자녀들에게는 '레인보우스쿨'이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지만 충남은 현재 한곳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레인보우스쿨'이 운영되려면 최저 20명의 학생은 접수해야 하는데 충남은 중도입국 자녀들이 15개 시·군에 분산되 있다보니 지역별로 소수에 그치고 있다. 이에 충남 전역에 '레인보우스쿨'이 운영되기는 어렵겠지만 천안이나 아산권에라도 생기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문화학생의 적응교육을 돕는 예비학교도 시·군 곳곳에 확대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도내에는 교육당국이 아산과 서산 등 3곳에 예비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먼거리에서 통학하기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부터 중도입국 자녀들을 지원하고 있는 논산시다가센터 구옥란 센터장은 “지금은 중도입국 자녀들이 어려서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지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며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보듬어야할 아이들이기에 중도입국 자녀들 역시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우복남 선임연구위원은 “중도입국 자녀가 시군 지역에 흩어져 있다 보니 이슈화가 되지 않는다”며 “도청 다문화계와 청소년계, 취업관련 각종 단체 등 공공부문과 민간의 기관·단체간 협력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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