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도덕재무장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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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묵]도덕재무장 운동

[수요광장]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대전·충남 경영자 총협회장

  • 승인 2014-05-06 12:49
  • 신문게재 2014-05-07 17면
  • 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 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대전·충남 경영자 총협회장
▲ 강도묵 국제라이온스 356-B지구 총재, 대전·충남 경영자 총협회장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그 뒤에는 어떤 흑막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된다. 언론에서 어느 정도는 뒤집어서 세상에 보여주었으니, 일일이 입에 담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섰다고 자부한 것이 엊그제인데,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우리의 모습에 눈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총체적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사고라는 것은 예기치 않은 때에,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도 관리가 소홀하거나 욕심에서 빚어진 인재일 때에는 문제가 다르다. 또 사고 수습에 임하는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 그 피해는 현저한 차이를 나타나게 된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모든 면에서 볼 때 '총체적 잘못으로 빚어진 인재'이기에 전 국민이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일 게다.

요즈음은 입이 열 개라도 다물고 싶다. 이 세상에 내가 쏟아내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냥 참고 싶다. 내 입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참으로 억울하다. 감히 이 현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 스스로 접어두려 해도 뭔가 찝찝한 게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겠다는 분노가 끝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계제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되짚어 보고,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분노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이 힘마저 헛되이 버린다면 가신 분들에 대한 우리의 도리가 아니다. 이번마저 전에처럼 그냥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정말로 구제받을 수 없는 민족이다.

회사 측의 욕심에 찬 선박 구조 변경, 승무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 그 일이 일어나기까지의 우리의 과거, 우리의 천민 관료주의, 사후 수습에 임한 사람들의 행태, 어디 하나 정상적으로 돌아간 곳이 없다. 이런 나라에서 세금 내며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유족들의 절규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오히려 가슴 아프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났을까. 가장 꼽고 싶은 것은 우리의 도덕성에 대한 인식의 결여고, 우리의 교육에 뭔가 모를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증거이다.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과거가 국민적 인식에 커다란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장에서 생산만 잘하면 최고라는 식의 교육은 교양교육, 인성교육을 등한시했고, 종내에는 근본을 상실한 인간으로 만들어 로봇 인간으로 육성했던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중요해도 인간이 먼저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위주의 교육은 생산효과에 맞춰져 있었고, 결국에는 인간들이 자기만의 이익을 챙기는 데에 혈안이 되게 만들었다. 이런 사회적 행태는 마땅히 챙겨야 할 승객들의 안위보다도 제 목숨 먼저 생각하는 승무원을 양산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에서 승무원들이 제대로 되었더라면 그토록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빚어진 황금만능주의, 결과주의가 오늘의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사업주의 회사 경영 행태나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자기들만의 탈출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도덕성이 밑바닥까지 가라앉아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행위이다. 거기에 곁들여진 공무원들의 천민 관료주의는 오늘의 사고를 잉태하고 있었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소신껏 일하기보다는 줄 서기에 신경을 써야 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눈치를 먼저 보고 줄을 대야 하는 우리의 세태가 오늘의 사고의 주범인 것이다.

모든 국민이 도덕재무장 운동을 전개했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선행돼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철학이 있는 교육, 국가의 장래를 내다보는 교육, 사람이 무엇보다 앞서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에 우리의 사회는 다시 환골탈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미국에 이민 간 재미교포 2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전교 수석을 단 한 차례도 놓친 적이 없는데도 의과대학 입시에서 낙방했다. 그 부모는 대학을 찾아가서 항의했고, 대학 측에서는 모든 서류를 검토하고 답을 주었다. “전교수석은 했지만,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가 될 사람이 봉사활동을 한 흔적이 하나도 없네요.” 이 입시 일화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진정 교육의 방향이 확고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러한 교육 철학이 필요하다. 기왕에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졌더라면, 사업주의 불법 경영도,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자신들만의 탈출도, 관리들도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근무태도를 보였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 구성원들은 자신의 책무에 충실하고, 몇몇 사람이 세상을 어지럽힌 경우이지만, 그 아픔은 전 국민을 실의에 빠지게 했으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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