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헌 정치사회부장 |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는 마음은 죄의식이다. 죄의식은 가슴을 조이는 통증으로 다가온다. 아직도 침몰한 배안에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통증은 더욱 커진다. 생각을 아예 접어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려 보려 한다. 그래도 죄의식과 멀어질 수 없다.
죄의식은 ‘왜 지켜 주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아니, 조금이라도 지켜주려고 노력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의 의지대로 할 수 있게 놔두었더라면 이같은 죄의식을 덜 했을 수도 있다.
가장먼저 상식을 뛰어넘는, 선원들의 몰염치에 치가 떨린다. 나의 죄의식의 화살은 그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다. 객실에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는 선내 방송. 속옷 차림에 저 먼저 살겠다고 빠져나온 선장과 대다수 선원들. 자기들은 대피하면서 학생들이 있는 객실 복도를 불과 몇 미터 차이로 그냥 지나친 선원들. 아, 금수만큼도 못하구나 하는 말도 부족하겠다.
그런데 허망하다. 정부나 수사기관, 언론의 칼날은 선박회사 소유주의 비리와 과거로 달려간다. 사정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관련기관들은 빠져나가기 바쁘다. 선원들이 승객들을 놓고 빠져나가는 것과 결과적으로 뭐가 다르겠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부의 정말 정말 부실했던 사고후 대처는 더 가관이다. 국무총리는 사표를 냈고, 대통령이 사죄까지 했다. 그런데도 죄의식은 가라앉지 않는다. 언제 부터인가 사고 원인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조차 사라지고 있다. 불분명한 ‘유언비어’라며 수사와 엄단이라는 이름으로 소통마저 가로막혀 있다. 그럴수록 ‘의혹’은 죄의식을 더 키운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기레기’라는 말을 스스로가 ‘인정’하게 만들 만큼 이번일은 너무도 충격이 크다. 좌절과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반성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
우리 모두의 죄의식은 어떻게 해야 치유가 될 수 있을까. 시간이 약인가? 그렇지 않다. 이대로라면 언제 어디서든 또 다른 대형 인재가 우리 자식들을, 나를 노릴게 분명하다. 내 스스로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봄직하다. ‘최소한의 의무’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열거하자면, 사람마다 그 생각의 폭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의무감’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지방선거가 얼마남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세월호 참사가 가져올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여당 후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고, 야당 후보들은 표정관리 중이다. 어찌보면 당연하겠다. 하지만, 이번일이 어느 한 집단만의 잘못이겠는가. 이 땅의 정치인들은 무능한 정부당국 못지않은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으로 여러 사람이 옷을 벗을 것이고, 문책을 당할 것이고, 심판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는 죄의식에 대한 심판은 스스로가 내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죄 값을 더는 일은 지방선거와 앞으로 또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플라시보 효과.’ ‘가짜 약’을 들이대며 이번 사태로 깊은 상처를 입은 국민들을 진정시키려는 시도가 줄기차게 이뤄질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심정은 가짜 약이라도 먹고 언제 치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를 ‘죄의식’을 덮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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