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민]마음속에 쿠션을 넣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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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충민]마음속에 쿠션을 넣을 때

[사이언스칼럼]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4-05-01 14:08
  • 신문게재 2014-05-02 17면
  •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하루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지금 온 국민의 마음이 진도 앞바다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내가 우리아이들에게 무슨 말로 이것을 설명할 수 있나?”라는 깊은 의문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고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 세권을 꺼내 다시 읽기 시작했다.

현재 살아 있는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지구의 정복자와 작가 조신영의 배려와 쿠션이라는 책이다.

먼저 윌슨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개미에 대한 몇 가지 상식을 제공해준 작가다. 사회생활을 하는 다양한 동물과 곤충을 연구함으로써 인간 사회의 바른 방향과 미래를 제시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윌슨의 최신작 지구의 정복자에서는 그가 평생 동안 연구한 곤충들과 동물들의 사회성에 대한 기존의 자신의 생각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면서 새로운 학설을 제시한다.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타성'으로 규정한다. 예전에 그는 여왕개미가 수많은 일개미를 낳고 이들이 여왕개미에게 복종하는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서는 일개미들이 이타성을 발휘하여 사회를 안전하게 하고 있다고 이해했다.

우리가 지금 진도 앞바다를 생각하면서 가슴에 답답함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러한 이타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받아서가 아닐까? 우리 국민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현실을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 본다. '꼬리물기'가 그것이다. '노란불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라는 일념으로 무섭게 돌진하는 많은 운전자의 눈동자 속에서 이 이타성은 찾아 볼 수 없다. 마치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나만 지나면 돼!”,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와 같은 말들이 들려오는 듯하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했을 때 묘한 쾌감까지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은 다르지만 나 자신도 하루에 몇 번씩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이타성의 부재는 나쁜 냄새를 오래 맡다보면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서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 것 같다.

필자는 작가 조신영씨의 두 권의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먼저 우리 사회가 다시 배워야 할 덕목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타성이란 무엇인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배려'의 다른 말이자 이타성이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미덕이 퇴색되고 있다. 남보다 나에 대한 집중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왜 우리 사회에서 배려가 퇴색되고 있을까? 이것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신영의 다른 책에서 조심스럽게 그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의 책 쿠션에서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찰나의 순간에 주목한다. 우리는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반응을 하고 그 반응은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그 두 가지 사이에 아주 짧은 시간이 존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찰나의 순간이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시간인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책에 의하면 성숙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간이 길고 그렇지 않은 사람일수록 그 시간이 짧아진다고 한다. 우리가 책을 읽고 혼자 조용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이 시간을 늘리기 위한 훈련이라고 작가는 설명을 한다.

진도 앞바다에 마음이 빼앗긴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다양한 정보(자극)들에 대한 반응을 강요받는다. 심지어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정보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점점 더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이런 자극들에 대한 반응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각자 쿠션을 준비하여 그 자극과 반응 사이에 집어넣고 각자 자기 속으로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연일 보도에서 누군가의 잘못을 들추어내고 책임을 묻고 있다. 맞는 말이다. 꼭 필요하다. 필자도 지난 며칠 동안 누군가를 욕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출근시간에 '꼬리물기'를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가 누구에게 누구에서 돌을 던질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에 심한 자책감이 들었다. 내 주위에 너무 오래되고 익숙해져서 인지하지 못 하는 나쁜 냄새들을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깨끗한 것처럼 포장하고 남을 욕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작 내 마음속에는 쿠션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오후라도 푹신한 쿠션 하나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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