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욱]그래도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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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그래도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중도춘추]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대안교육센터장

  • 승인 2014-04-30 13:56
  • 신문게재 2014-05-01 16면
  •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대안교육센터장
▲ 하태욱 복음신학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대안교육센터장
침통하고 비통한 두 주가 지났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기성세대로서 죽어간 아이들, 아직도 물 밑에 있는 아이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얼굴을 들지 못할 참담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뜨겠다거나 국적을 버리겠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는 않다. 나만 이 더러운 땅을 피하고 말겠다는 태도가 이 땅에 문제를 계속해서 반복해 왔는지도 모르겠기에. 그렇다고 화만 내고 있을 텐가? 이 사고를 야기하고 구조의 손길을 방치한 모든 불의에 뜨겁게 분노할지언정 그 분노가 분노로 그치지 않으려면 우리에겐 차가운 머리가 필요할 것이다. 원인을 잘 짚고 막혀있는 지점을 잘 뚫어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더라도 적어도 다시는 소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배움이 있다. 이 상식적인 진리를 우리는 삼풍을, 성수대교를, 씨랜드를, 대구지하철을, 마우나리조트를 통해서 배우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 세월호를 통해서마저도 배울 수 없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논할 자격이 없다.

교육학자로서 필자는 우선 두 가지 지점에 대해서 꼭 짚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교육이 어떻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상식적인 사람들의 정서와는 달리 사건 내내 여러 사람들의 말실수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이 말실수들은 사실 '실수'라기 보다는 본심의 우연한 드러냄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함께 감정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녀노소나 지위고하를 구분하지 않고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대해 절망하면서, 우리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공감'교육을 강화할 수 있을지 근본부터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수학여행'에 대한 성찰이다. 일단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번 학기에 계획되었던 수학여행은 모두 잠정 연기된 모양이다. 물론 너무나 충격적이고 큰 사고니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일정들을 잠시 연기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학여행을 없애자는 논의가 있는 모양이다. 여전히 훈육과 통제의 차원, 혹은 잠깐의 숨통 틔우기 차원에서 수학여행을 들여다보며 이럴 바에는 폐지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논지로 몰아간다. 그런데 그런 논리 안에는 '여행'과 '배움'에 대한 중요한 성찰이 빠져있다.

아일랜드의 속담은 '집에만 있는 아이는 어리석다'고 했으며 영국 속담은 '널리 여행하면 현명해진다'고 했다. 그렇기에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여행은 젊은이들에게 교육의 일부'라고 표현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여행은 오래된 교육의 수단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신전 순례 형태의 여행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고대 그리스 시대 올림픽 참가를 위한 여정은 교육과 여행이 연결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중세의 성지순례는 정치적인 문제로 본질이 왜곡되기는 했지만 그 원형은 역시 여행을 통한 깨달음이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된 중세 시대 유럽 귀족들의 자녀 로마 보내기는 17~18세기를 거쳐 '그랜드투어'라는 이름의 필수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동양의 예도 풍부하다. 춘추 전국시대 제자들과 함께 길을 떠난 공자의 주유천하나 신라의 화랑들이 심신 수련을 위해 심산유곡을 여행했다는 이야기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렇듯 고대부터 여행이 교육의 중요한 수단으로 쓰였던 이유는 매우 자명하다. 교육이 '교실'이나 '책'이라는 죽은 공간으로부터 나와 '삶'과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여행이기 때문이다. 배움이 살아있는 현실과 만날 때 그것이 비로소 의미 있는 지식이 되고 그 몸을 얻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아이들은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것이 배움의 길이기 때문이다. 성장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 여행을 안전하게, 그리고 가치 있게 해 줄 수 있도록 주변 조건을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기성세대들의 몫이다. 다시 한 번,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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