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우리나라는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나라이다. 나아가 2010년에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게 되면서 많은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DAC는 미국, 독일, 영국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공적개발원조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이 가입된 협의체로서 현재 한국을 포함해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며칠 전 OECD가 발표한 2013년 DAC 회원국 ODA 실적에 따르면, 한국은 총 17억 4400만 달러(약 1조 8240억원)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전년도에 이어 DAC 회원국 중 16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엔에서 세계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DA 규모를 GNI의 0.7%까지 끌어올리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는 더 증가할 것으로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선진국들의 원조를 발판으로 짧은 기간 동안 교역규모 세계 8위, 경제규모 15위의 경제강국으로 탈바꿈했다. 개발도상국에게 있어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서 선진국으로 변모한 한국을 국가 개발의 롤모델로 인식하고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만큼 과거 우리의 경험을 개발도상국들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해 줄 필요가, 한편으로는 의무가 있다.
얼마 전 한국과 베트남 간에 한국-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 V-KIST 설립을 위한 개발협력 계획 및 세부사항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아프리카의 가나, 에티오피아 등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구축을 ODA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한 바 있으며, 에티오피아의 기술경영대학원 설립ㆍ운영, 세네갈의 식수개발사업 등 개발도상국의 국가개발 수요와 우리의 강점이 맞아떨어지는 분야를 중심으로 다각도의 개발협력이 진행 중에 있다. 사실 그간 한국의 ODA는 원조의 효과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이 양적증가에만 관심을 두어 왔으며, 체계적인 전략이 없이 단순 퍼주기식의 원조라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개발도상국 대상 공적개발원조(ODA)의 규모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러한 ODA의 대상을 지금까지 해 왔던 사회간접자본 등 인프라 건설 관련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보다는 우리 문화와 교육시스템, 한국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콘텐츠, 수자원 관리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필요와 우리의 강점이 잘 맞아떨어지는 지속가능한 국제협력 분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인도주의와 국익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ODA가 양적 성장이 이루어지고 국가적인 관심분야로 등장하면서 인도주의에 기반한 민간단체(NGO)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전문교육기관 주도의 교육과정 개설도 늘어나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관련 학과 및 대학원의 설립을 늘리는 추세에 있다. 기업 또한 해외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ODA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대학생ㆍ청년들의 관심과 참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 ODA도 정부ㆍ기업ㆍNGO 등 각계의 유기적인 협력과 전문화된 인력양성을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ODA를 추진해야 한다. 이처럼 전문화되고 체계화된 전략에 기반한 ODA의 확대는 국가위상의 강화는 물론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새로운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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