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형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교수 |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재화와 서비스를 받으려면 반드시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안전이라는 측면도 예외가 아니다. 즉,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비용이란 금전뿐만 아니라 시간적 비용도 포함 된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가끔은 이런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충대충',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려는 경우에는 더 이런 착각을 하게 된다. 노력이나 시간 투자 없이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생각의 허황됨은 비단 선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도 나타난다.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지난 한해 5092명의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었다. 이는 이번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인원의 몇십 배가 넘는 인원이고, 하루 평균 14명씩은 도로 위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통사고의 원인 대부분이 운전자를 비롯한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어린이, 청소년을 도로 위에서 지켜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첫째, 운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신호위반 및 과속을 해서는 안 된다. 충동성과 몰입성을 가진 어린이의 행동 특성상 도로 위로 갑자기 뛰어나오거나 무단횡단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스쿨존은 주변 300m 이내의 도로에서 제한 속도를 시속 30㎞이하로 규정했다. 일반도로에서 시속 60㎞로 주행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스쿨존을 통과시 규정속도를 준수한다면 약 30여초의 추가 소요시간이 안전에 대한 비용인 것이다. 이는 모든 운전자가 어린이의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준수해야 할 배려이자 의무인 것이다.
둘째, 어린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다. 도로위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지켜 손을 들고 주위를 확인하고 건너도록 하는 보행습관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체득이 되어야 한다. 이는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 체험적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연간 50시간 이상의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미국이나, 90% 이상의 초등학교에서 교통안전교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하고 있는 영국 등 교통 선진국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것인가?
셋째, 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 및 언론, 시민단체를 망라한 지역 거버넌스의 교통안전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서둘러 빨리가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가 도로 위에서 정도를 지킬 수 있도록 성숙한 교통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국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주민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고, 언론 및 시민단체의 위험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1930년대 초 미국 보험회사의 관리 감독자였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를 분석하여 1:29:300의 법칙을 주장했다. 한번의 대형 사고 이전에는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거나 300여번의 잠재적 위험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도로위에서 무단횡단이 잦고, 운전자의 위반이 반복될수록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 큰 아픔을 겪기 전에 도로 위에서의 안전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이다. 교통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명백한 인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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