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 |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단지 '잊혀질만하면 으레껏 찾아오는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치부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믿고 싶다. 사회적 노력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는 그래서 아직은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비록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 하는 사회시스템의 취약함은 그 범위와 심각성이 깊어 쉽게 개선되기 어렵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에 새롭고 근본적인 변화 모색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생명보호와 국민안전을 강화하겠다고 주장 하였지만 실제로는 이를 약화시키는 방향에서 작동해왔다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속적으로 정부에 의해 주창되었던 의료민영화를 필두로 한 각종 민영화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경제성장을 제일 성과목표로 하기 위해 안전과 건강의 잠재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 빚을 얻는 치욕을 겪은 경제위기 시절을 겪은 이후 국내외 금융자본 등이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여건을 만들어 경제부흥을 꾀했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개방과 외국자본 차별철폐이고 또한 노동자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이다. 한편 철도, 전기, 수도, 의료, 교육 등 공공영역에 대한 자본투자를 활성화하는 민영화 정책도 한 축을 차지해 왔다. 즉, 한국 시장에 무한경쟁이 도입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은 쉽게 시장에서 밀려나도록 되었으며 의료, 교육 등 공공영역에도 시장논리가 도입되어 취약계층 보호보다는 시장 경쟁이 더욱 가열화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힘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경제논리로 옹호받고 영리병원과 사교육시장 활성화로 자본이 부를 축적하기 좋은 영역이 확장되었으며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지나친 효율추구로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성장이 정부 정책의 제일지표이다 보니 급속한 고령화, 최악의 낮은 출산율, 높은 자살률 등은 단지 참고치이고 대증요법만이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즉, 예를 들어 출산율이 낮은 문제는 왜 출산율이 낮은가에 대한 원인분석과 대처 보다는 분만시 출산수당 같은 정책으로 높은 자살율에는 자살의 원인을 일으키는 사회제도와 문화에 대한 대처보다는 자살시도자에 대한 위기 개입 위주의 정책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국정 중심에 두어야 할 과제는 국민의 행복을 위협하는 근본문제 즉,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는 문제, 아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낮추는 문제, 고령화 준비와 질 높은 고령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돌봄 안전망을 갖추는 문제, 중소기업과 노동자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대기업의 경제 횡포를 억제하는 문제,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공공시설 안전점검과 비상대응 체계화 문제 등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기업 친화정책과 민영화 추진정책 때문에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투자는 제자리걸음이었고 대학을 비롯한 교육에도 경쟁논리가 도입되고 있으며 철도민영화 편법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 어디선가 제2, 제3의 세월호, 경주리조트, 세모녀 사건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희생된 기초위에 이루어진 경제성장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혜택과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번 세월호 참상을 계기로 크게 깨닫고 앞으로 승자독식의 경제발전과 공공분야 민영화가 아니라 사회필수 서비스에 대해 공공성 있는 운영에 정부 투자를 높여 모든 시민이 혜택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운영의 큰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세월호 피해자 구조에 나서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듯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고민하고 실천하는 누군가도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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