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광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데는 크게 노동투입을 늘리고 자본을 확대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중 노동투입을 계속 늘려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고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 등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여 노동투입을 늘릴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자본 확대 없이 비경제활동인구의 투입만으론 잠재성장능력을 확충하기가 쉽지 않다. 생산성 향상은 노동과 자본의 효율적인 결합에 의해서도 가능하지만 자본 확대가 뒷받침될 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결국 자본 확대가 잠재성장능력 확충에 가장 긴요하다 하겠다. 자본 확대는 민간이나 정부의 투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최근 투자 움직임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민간 설비투자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2012년중 민간 설비투자는 0.3%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2.2% 감소하는 등 2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내었다. 이에 따라 민간 총투자율이 2011년 28.0%에서 2012년 26.1%, 2013년에는 24.2%로 하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의 현금성 자산 보유규모는 지난해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2013년말 민간기업의 현금 및 예금은 480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말에 비해 200조원 정도 늘어났다.
이처럼 기업이 현금성 자산을 대규모로 쌓아온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된 데 주로 기인한다. 그동안 유로지역의 재정위기로부터 최근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기업의 생존전략에 영향을 주었다. 기업들은 투자를 통한 신상품 개발이나 신시장 개척보다 현금성 자산 보유를 늘려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보수적인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내부에 유보된 현금성 자산은 기업 수익성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금금리 수준의 수익만을 가져올 뿐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글로벌 경제의 높은 불확실성은 소위 뉴 노멀(new normal,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는 현상을 지칭)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금성 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기업의 수익 창출면에서나 잠재성장능력 확충면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올해도 지난 2년간처럼 민간의 설비투자 규모가 줄어든다면 우리의 잠재성장능력 저하는 IMF의 예상보다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현금성 자산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과제다. 기업투자를 늘려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소득을 증대시켜 수요를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고용 창출도 가능하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이 기업들에게 종주먹을 들이댄다고 해서 투자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급에서 벗어나 기업이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다. 규제개혁은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는 데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그 만큼 규제개혁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만큼은 기업투자를 살릴 수 있는 규제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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