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청년은 교수가 됐지만, 중앙의 학자들은 지방의 젊은 학자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체육 발전을 위한 순수한 열정과 고민, 끊임없는 도전을 하는 청년 학자에게 의지할 사람은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제자나 후배들에게 나같이 힘든 일은 없도록 해줘야 한다는 각오로 두드리고, 또 두드리며 자신의 길을 걸어왔고, 언젠가부터 그의 열정적인 학문이 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자를 넘어 체육행정까지 섭렵하며 수 십 년 동안 달려온 그의 체육발전에 대한 진정성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헤드쿼터라 불리는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더 큰 빛을 발할 전기로 이어졌다. 바로 제11대 KSPO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창섭 충남대 교수 얘기다. 이 이사장을 만나 중앙체육과 지방체육의 상생을 통한 대한민국 체육 발전의 비전을 들었다.<편집자 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창섭 이사장은 학자로서, 또 체육행정가로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모두 쏟아부어 진정한 스포츠 복지 국가, 스포츠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삶 그 자체가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이성희 기자 |
-11대 KSPO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을 밝힌다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40년간 운동선수로, 체육을 전공한 교수로, 정책을 제안하고 비판해왔던 전문가로, 또 체육현장의 정책책임자로, KSPO의 비상임이사로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KSPO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공익기관이다. 이 기관의 책임자로서 그동안 제가 쌓아온 모든 경험과 지혜를 쏟아 부어 혼신의 힘을 다해 진지한 도전을 할 생각이다.
-일반인에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아직까진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공단 소개를 한다면.
▲KSPO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88서울올림픽대회를 기념하고, 국민체육진흥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국가 체육발전의 젖줄이 되는 재원을 책임지고 있다. '국민 모두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스포츠 공익기관'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경륜ㆍ경정ㆍ스포츠토토 등을 통해 조성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생활체육, 전문체육, 학교체육, 장애인체육 등의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또 소치동계올림픽 참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평창동계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의 성공적 개최 지원을 통해 스포츠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체육인복지사업과 스포츠이용권사업, 국민체력100사업 등과 같은 스포츠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고, 창조경제의 대표적 아이템인 스포츠산업 육성도 우리 공단의 주된 임무다.
이밖에 88서울올림픽의 유산계승을 위한 올림픽기념사업, 스포츠과학 지원을 통한 엘리트체육 경기력 향상 등 공단의 활동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공단이 지원하는 체육진흥기금의 사회 환원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체육 발전을 위해 생활체육에 2조423억원, 전문체육에 1조2644억원, 국제체육에 1조6940억원, 스포츠산업에 894억원, 장애인체육에 1991억원 등 약 5조4000억원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지원했다.
올해는 연간 8895억원을 지원할 예정인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체육 전반에 골고루 기금을 지원해 스포츠 복지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저소득층 청소년 체육활동을 위한 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 중소 스포츠산업체 육성을 위한 운영자금 융자, R&D 지원, 창업지원 프로젝트인 희망 ReSTART, 소외계층에게 스포츠 용품을 전달하는 사랑나눔보따리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공단의 경영 방침은.
▲스포츠는 분명 국민행복시대를 열어줄 중요한 키워드다. 최근 기금 수입성과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사업들이 사행성이라는 오명을 벗고, 건강한 레저스포츠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래서 3가지에 집중 노력하려고 한다. 우선 신뢰받는 경영, 윤리적이고 소통하는 경영이다. 신뢰는 의도와 결과가 일치할 때 얻어진다. 대국민 신뢰는 물론 조직 내 구성원 간 상호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조직이 되도록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실천할 것이다.
또 사람 중심 경영, 사람을 향하는 혁신경영에 노력할 것이다. KSPO의 비전 달성 여부는 사람에 달려있다. 조직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성과가 아니라, 이들의 성취를 토대로 발전하는 조직이 되도록 힘쓸 것이다. 이를 위해 상생을 목표로 협력하고, 함께 고민하는 노사관계 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공단의 장기적 경쟁력도 확보할 것이다. 짧은 임기에 가시적 성과만 몰두하기보다는 '스포츠로 늘어나는 국민행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향해 장기적 관점에서 실질적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대전ㆍ충청의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대전ㆍ충청만의 문제가 아닌 지방체육 전체의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스포츠 성적이 나는 결과는 대부분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헌신적 노력이 있기 때문인데 결실은 중앙이 독점하고 있다. 지방 체육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규제 등 여러 한계에 묶여 있어 제도적 측면 등에서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 등에서 지방체육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제도적 정비도 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관련 세미나나 토론회에서 발표자 등의 신분으로 말했었다. 이제 지금은 개입 정도가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얘기하고, 접근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반영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높아진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나.
-학교 운동부가 해체되고 있다. 해결 방안이 있다면.
▲전국의 많은 학교 운동부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해체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정된 재정으로 다양한 종목의 학교 체육을 넉넉하게 지원할 수 없는 현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생활체육고 전문체육, 장애인체육 등 보편적 스포츠 복지의 손길을 기다리는 많은 요구들이 상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하루 아침에 해결할 마법 같은 방법을 찾기보다는 장기적 플랜을 갖고, 학교 체육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대한체육회와 함께 고민하겠다.
-주변 태권도장, 검도장 등 생활체육 기반 시설이 사라지고 있다. 지원대책은 없나.
▲힘써 돌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 있다. 그래서 끊임없는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KSPO에선 스포츠이용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가정의 유소년 및 청소년에게 스포츠강좌이용권카드(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지급해 전국의 전국 스포츠 이용권 지정 시설을 이용할 때 강좌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는 소외계층의 스포츠 접근성을 높여주고, 경험의 박탈로 인해 또다른 차별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스포츠 복지 프로그램이다. 이것이 확대될수록 주변 생활체육 환경이 더 풍요로워지고, 인프라도 더 공고해질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체육화동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체육활동이 가리키는 바는 '육체'에 있지 않다. 스포츠활동의 결과물은 모두 '뇌'로 가는 것이다. 철저히 정신적 재산으로 누적된다. 운동하는 아이들은 정해진 룰에 따라 충분히 에너지를 분출하고, 놀이를 통해 정정당당이라는 스포츠 정신으로 온 몸으로 체득할 수 있기 때문에 싸울 필요가 없다. 스포츠가 청소년들의 건강한 신체발달은 물론, 바른 인성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체육활동이 학교폭력의 예방 수단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일상 속에 폭넓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친구와 가족이 함께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학교 폭력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집을 나서면 어디서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원하는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진정한 스포츠 복지 국가,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되는 대한민국이 KSPO의 최종 목표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최두선 기자
●이창섭 이사장은…
◇학력 ▲대전상고 졸업 ▲충남대 체육교육학 (학ㆍ석사)졸업 ▲뉴멕시코 주립대 스포츠 마케팅 매니지먼트 졸업(박사) ◇경력 ▲충남대 체육교육학과 교수(현) ▲충남대 교육대학원장 ▲한국체육학회 이사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상임이사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운용심의위원 ▲한국체육교육학회 회장 ▲체육개혁을 실천하는 교수연대 대표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