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연구소장 |
이번에는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병리적 특성으로 인지, 행동의 특성에 이어 정서특성과 대인관계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정서적 특성으로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평소 기분은 대체로 태평스럽고 즐거운 편이다. 자신을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별로 불안해하거나 우울한 일이 없다. 그러나 타인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거나, 공격당했다고 생각되면 그 즉시 격렬한 분노와 적대감을 느끼고 복수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휩싸인다. 그것이 객관적 사실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런 나쁜 의도가 없는 충고나 불가피한 상황에 따른 합리적인 거절에 대해서도 이들은 자신을 공격하고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 감정을 자주 강하게 느낀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것이나 성공이 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 가져야 마땅한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로 인한 자존감의 위협과 손상을 막기 위한 방어체계이다. 자기애성향이 강한 사람은 실상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인관계 특성으로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렬하다. 자신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는 만큼 남들도 자신을 높게 평가해 주기를 바라며,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 혹은 존재 자체에 대해서 과도한 지지를 받고 싶어 한다. 또 자신이 완수한 업무나 일에 대해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권력 및 리더십 등 지배적인 위치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이며, 어떤 업적을 이루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성취동기 및 포부 수준이 매우 높다.
불안정한 자기개념과 정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지나친 우월의식 때문에 이들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도 지나친 이상화와 평가절하의 양극단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화하는 대상은 자기를 높게 평가해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인 반면, 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대상은 실제로 자신을 무시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대우를 해 주지 않는다고 지각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매우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타인 역시 고유한 감정과 욕구를 가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신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은 경우를 제외하면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나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는 보통사람보다 더 낮다. 따라서 진정한 친구가 별로 없고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회복시키길 원한다면 원초적 자기애를 창의성, 공감, 유한성의 수용, 유머, 지혜 등 여러 가지 특성으로 변형, 성숙시켜야 한다. 이상화 부모원상과 과대 자기적 자기애가 활성화되고 성숙되면 창의성이 나타난다. 창의성은 이상화 능력의 확장으로서 부모와 자기에 대해 이상화를 시켰던 경험이 확장되어, 자신의 일에도 창의성을 부여하고 이상적인 완성을 시도하게 된다. 공감은 타인의 내면 경험이 자신의 내면 경험과 유사할 때 일어난다. 인간은 그 경험을 통해 타인으로 불리는 세계가 자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감은 개인 간의 심리적 결속을 강하게 구성시킨다. 그러므로 자기애적 성격장애 내담자들에게는 특히 상담자 또는 주변 사람들의 공감과 해석의 기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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