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복 극작가, 꿈실현 아카데미 대표 |
증자(曾子·기원전 506~436)는 효(孝)와 신(信)을 덕행의 근본으로 삼은 중국 춘추시대의 큰 유학자다. 공자와 안자, 자사, 맹자와 함께 동양 5성 중의 한 분으로 공자의 도(道)를 계승하였고, 그의 가르침은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를 거쳐 맹자(孟子)에게 전해져 유교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춘추시대 유학서인 '한비자' 제32편에 소개돼 있는 데 내용은 이렇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고 나서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걸어서 먼 길을 가야만 되는 증자의 아내는 어린 아들을 떼어놓고자 무심코 한 마디 던졌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우리 집 돼지를 잡아서 맛있는 반찬을 해주겠다”고.
그런데 이 말이 화근이 된 것이다. 어린 아들을 달래려고 한 거짓말이었는데 시장에서 돌아오니 남편이 돼지를 잡고 있었다. 아내가 깜짝 놀라 말렸지만,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돼지를 잡고 말았다. 증자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는 부모를 따라 배우는 법인데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두 가지 논리가 잠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돼지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아내는 경제적인 손실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증자는 자식에 대한 인성(人性)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내의 말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증자의 말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둘 다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논리에서는 양시론이나 양비론이 성립되지 않는다. 어느 한 쪽을 지지해야 한다.
요즘 지방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지방정치인들이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중앙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답은 뻔하다.
자신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말 바꾸기를 식은 죽 먹는 것처럼 하면서도 상대편에 대해선 '약속을 지켜 달라, 거짓말 하지 말라'고 떠들어 댄다.
자신의 양심에도 거짓말은 귀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거짓말에는 필수불가결한 거짓말이 있을 수 있다.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다. 사람 살려요'라는 거짓말과, 용궁에 잡혀간 토끼가 '내 간은 매우 귀해서 뱃속에서 빼내어 양지바른 바위 밑에 감추어 두고 다닌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양치기 거짓말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거짓말이요, 토끼의 거짓말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다.
필자가 출강했던 한 초등학교 교사들 말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절대로 교통 법규를 어기는 일이 없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다. 배운 대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의 손에 잡힌 어린이들은 간혹 교통법규를 어겨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넌다고 한다. 왜 그럴까?
돼지를 잡아서 어린 아들의 인성을 가르쳤던 증자. 얼마간의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부모의 바른 자세. 그것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바른 자세이고 더 나아가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서는 정치지도자들의 자세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소〔牛〕가 없는 가정에서는 돼지야말로 재산목록 1호였던 것이다.
하물며 춘추전국 시대에는 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증자가 아내의 잔소리를 각오하며 재산 목록을 잡는 심정을 알았을까. 효지도사 교육원 오원균 원장은 기회만 되면 후진을 양성하는 자리에서 인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빨간 신호등인데도 건너야만 하는 어린 아들이 무엇을 배웠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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