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돼지 잡는 증자(曾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용복]돼지 잡는 증자(曾子)

[세설]김용복 극작가, 꿈실현 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14-04-21 13:59
  • 신문게재 2014-04-22 17면
  • 김용복 극작가김용복 극작가
▲ 김용복 극작가, 꿈실현 아카데미 대표
▲ 김용복 극작가, 꿈실현 아카데미 대표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온 요즘, 증자의 돼지가 인구(人口)나 언론에 자주 회자(膾炙)되고 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들을 질책하기에 가장 좋은 비유가 되기 때문이다.

증자(曾子·기원전 506~436)는 효(孝)와 신(信)을 덕행의 근본으로 삼은 중국 춘추시대의 큰 유학자다. 공자와 안자, 자사, 맹자와 함께 동양 5성 중의 한 분으로 공자의 도(道)를 계승하였고, 그의 가르침은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를 거쳐 맹자(孟子)에게 전해져 유교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춘추시대 유학서인 '한비자' 제32편에 소개돼 있는 데 내용은 이렇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고 나서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걸어서 먼 길을 가야만 되는 증자의 아내는 어린 아들을 떼어놓고자 무심코 한 마디 던졌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우리 집 돼지를 잡아서 맛있는 반찬을 해주겠다”고.

그런데 이 말이 화근이 된 것이다. 어린 아들을 달래려고 한 거짓말이었는데 시장에서 돌아오니 남편이 돼지를 잡고 있었다. 아내가 깜짝 놀라 말렸지만,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돼지를 잡고 말았다. 증자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는 부모를 따라 배우는 법인데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두 가지 논리가 잠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돼지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아내는 경제적인 손실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증자는 자식에 대한 인성(人性)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내의 말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증자의 말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둘 다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논리에서는 양시론이나 양비론이 성립되지 않는다. 어느 한 쪽을 지지해야 한다.

요즘 지방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지방정치인들이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중앙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답은 뻔하다.

자신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말 바꾸기를 식은 죽 먹는 것처럼 하면서도 상대편에 대해선 '약속을 지켜 달라, 거짓말 하지 말라'고 떠들어 댄다.

자신의 양심에도 거짓말은 귀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거짓말에는 필수불가결한 거짓말이 있을 수 있다.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다. 사람 살려요'라는 거짓말과, 용궁에 잡혀간 토끼가 '내 간은 매우 귀해서 뱃속에서 빼내어 양지바른 바위 밑에 감추어 두고 다닌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나, 양치기 거짓말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거짓말이요, 토끼의 거짓말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다.

필자가 출강했던 한 초등학교 교사들 말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절대로 교통 법규를 어기는 일이 없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다. 배운 대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의 손에 잡힌 어린이들은 간혹 교통법규를 어겨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넌다고 한다. 왜 그럴까?

돼지를 잡아서 어린 아들의 인성을 가르쳤던 증자. 얼마간의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부모의 바른 자세. 그것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바른 자세이고 더 나아가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서는 정치지도자들의 자세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소〔牛〕가 없는 가정에서는 돼지야말로 재산목록 1호였던 것이다.

하물며 춘추전국 시대에는 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증자가 아내의 잔소리를 각오하며 재산 목록을 잡는 심정을 알았을까. 효지도사 교육원 오원균 원장은 기회만 되면 후진을 양성하는 자리에서 인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빨간 신호등인데도 건너야만 하는 어린 아들이 무엇을 배웠겠느냐”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1.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