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화순 목요언론인클럽 회장, 한문교사 대전연수원 이사장 |
배지에 적힌 “國[나라 국]자가 에울위[]자 안에 혹 혹[或]가 들어있어 惑[의심할 혹 미혹할 혹]자로 오인된다며 우리의 고유문자인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기와 배지 등에 있는 상징문양 한자 '國'자 도안을 한글 국회로 바꾸는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오는 16일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 즉시 21년만에 또다시 교체 수순에 들어간다.
의원 배지에 한글이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60~61년 제5대와 제8대 국회의원 배지에는 한글 '국'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국'를 거꾸로 하면 '논'이라는 글자가 돼 국회의원들이 놀고있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한자로 바꾼 것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 최고기관인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하는 소행이 정말로 놀고 있다는 인상을 저버릴 수가 없다.
한자(漢字)를 외국어로 취급해 수십년을 지켜왔던 국회의 상징마크를 한글로 바꾼다는 발상도 그렇고 지금까지 달고다닌 한자 배지에 의미도 모르면서 국회의원입네 하고 지역를 누비고 다니는 국민이 뽑아준 선량(選良)이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실망감이 든다.
의원들이 주장하는 에울위[]자 안에 들어간 或[혹 혹]자는 국경선[]에 或是[혹시] 적이 침입하지 않을까 해서 무기[창:戈]들고 국민[입口]과 국토[땅:一]를 지켜 언제나 국민들이 각자 위치에서 임무를 다한다는 의미로 나라를 뜻하는 것이다.
한자가 (表意)문자 뜻글자이기 때문에 나라'國' 한글자에 나라 경계인 국경선이 들어가고 무기를 들고 나라를 지키는 국민들의 방위 임무형태까지 들어가 폭이 넓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의원들이 이 혹(或)를 의심할 惑자로 해석해 자신들이 의심을 받고 미혹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과 배지 문양을 우리 고유문자인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아주 편협한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유행가에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가사도 있듯이 점 하나가 그 글자의 의미가 달라지는데 하물며 혹 '或'자를 의심할 '惑'자로 엉뚱한 의미를 부여해 수십년간 달고 다니던 상징물인 국회배지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 버린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동정(動靜)도 살피지 않는단 말인가?
역대 국무총리들이 우리나라의 어문 정책의 정상화를 위해 초등학교 공교육과정에 한자 과목을 넣어 교육시켜야 한다는 건의를 했고 지난 2009년 교육부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중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90%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쇠로 버티는 것인가?
한자를 이땅에서 사용한 지가 2000년이 넘었는데 한자를 외국어 취급하면서 한글 전용에 대한 국어 기본법 위헌을 둘러싼 논쟁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인가?
한자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국제 정세를 보더라도 강대국인 중국,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 한자문화권에서 우리나라만 어문 정책 혼돈을 빚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물량중 25%를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무역량이 늘어나고 관광객 유치 등 한중 문화교류가 확장되는 마당에 한자를 중국어라고 해서 소홀한 나라는 민간 단체도 아니고 나라법을 만든다는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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