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묵 한밭대 총장 |
사실 과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보편화된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체감이 크게 떨어진다. 지금까지 유명한 극소수의 과학기술자들에 의해 발전된 과학기술이 오늘의 현대 문명을 일으킨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조금 더 크게 보면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보편적이고 과학적인 사고가 우리 사회의 삶 속에서 논리적 체계와 합리적 사고를 만들어 현대 문화의 중심적 가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 과학의 더 중요한 공헌이다. 인간의 연역과 귀납적 논리와 합리적 사고체계는 과학에 근거하고 있고 과학문화가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 그리고 윤리적 가치에 이르기까지 질서를 유지해 나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선진국의 사회가 보다 효율적이며 안정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성숙된 과학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과학적 사고체계를 갖고 과학이 인문학, 예술 등과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문화 창조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다빈치는 훌륭한 수학자이면서 해부학자인 동시에 비행기를 제안한 과학자였다. 이런 그의 과학적 사고체계와 사상가로서의 인문학적 통섭이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과 같은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 시대의 과학은 계몽주의 학자들에 의해 권위적인 종교와 대립하여 인본주의 사상으로 태동돼 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는 시구에서처럼 과학적 상상력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다. 창조는 이처럼 과학에서 비롯된다. 더구나 좁은 땅의 자원빈국에서 오직 인력으로 발전돼온 나라이기 때문에 과학은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과학의 달에는 행사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들이 있다.
첫째는 대학교육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에서 수학과 과학의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홀대는 여전하다. 오늘날 의사와 변호사로 집중된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로 몰려야 한다. 의학은 많은 경험과 기능이 중요하고 법조인은 양심과 인격이 중요한 가치이나 과학은 지혜와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재의 효율적 활용이 미래를 기약한다.
둘째로 과학은 천재들만이 하는 학문이라 생각하고 일류 소수 대학만 집중 지원하는 정책은 잘못되었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 패턴은 집단적 창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과학기술은 과거보다 매우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공계 대학교육을 더욱 확대하고 저변을 넓혀 가야 한다. 낙제와 실패를 거듭한 아인슈타인과 에디슨 같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배출 된 것은 그들을 포용하는 교육과 사회시스템이 있었고 요즘은 정보기술처럼 한사람의 발명보다는 집단적 노력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과학기술자가 우대받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OECD 국가의 R&D예산 비교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추격형 과학 후진국에서 탈피해 선도형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궤도이탈을 위한 활성화 에너지가 더 요구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중요한 정책과제다. 이번 과학의 달에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자들과 과학자들이 지혜를 모아 미래혁신 국가비전과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 선진국은 단기간에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뼈를 깎는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전지하는 어느 과수원의 농부처럼 과일나무의 곁가지들을 놔두고 중간가지를 자르는 결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열매를 맺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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