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숙]그렇게 따뜻한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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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숙]그렇게 따뜻한 봄날은 간다

[교육단상]조영숙 공주 경천초병설유치원 교사

  • 승인 2014-04-15 14:21
  • 신문게재 2014-04-16 16면
  • 조영숙 공주 경천초병설유치원 교사조영숙 공주 경천초병설유치원 교사
▲ 조영숙 공주 경천초병설유치원 교사
▲ 조영숙 공주 경천초병설유치원 교사
스멀스멀 올라오는 봄기운이 온 들판을 스카프처럼 휘휘 감아놓고 달아난다. 투박한 흙을 뚫고 나온 가녀린 새싹,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연둣빛 나비모양의 새순, 밤하늘 별들이 내려와 옹기종기 모여 만든 노란 개나리꽃! 봄의 시계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듯 날아다니는 나비와 벌,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는 무당벌레와 개구리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지만 올해의 봄은 더욱 특별하다.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제법 규모가 큰 곳에서 근무하다 새로 전입한 곳! 30평 넓은 아파트에 살다 소형 아파트로 이사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유아 수, 교실환경, 예산, 지역실태, 업무(1인 다역) 등 많은 부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부담감을 안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에 의욕이 상실되어 소극적인 태도로 실태를 파악하였지만 이전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모든 상황들이 차츰 도전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이를 위한 해결방안을 찾게 되었다.

첫째, 가정주부가 한 달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여 살림을 계획하듯 먼저 예산 운영을 고민하면서 구입해야 할 것, 리폼해서 쓸 것 등을 구분하여 살림을 재정비하기 시작하였다. 소규모 학급을 운영하기 위해 오래전 덮어두었던 가계부를 꺼내 쓰듯 짜임새 있는 예산운영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둘째, 3남 4녀의 어머니가 된 심정으로 더 많이, 더 따뜻하게 품어주기로 하였다. 기초조사서와 가정방문을 통해 학급의 70%가 다문화가정, 30%가 조손가정?한 부모가정의 유아들임을 파악하게 되어 개별적인 지도와 사랑이 더욱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연중 부모가 특수작물을 하러 가시기 때문에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오는 유아들이 대부분이라 등원하자마자 아침 겸 간식을 먹게 하였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한국어 사용이 미흡한 어머니와 바쁜 농사일로 언어적 상호작용의 기회가 적은 아버지로 인해 말하기(발음, 억양, 표현) 듣기(이해언어)능력이 부족하여 간단한 노랫말조차 입모양을 크게 하고 여러 번 반복해주어 제대로 발음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주말지낸 이야기' 발표회때에도 의미파악이 어려워 발표자나 듣고 있는 유아 모두 집중을 하지 않는 등 학습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엄마가 옹알이 시작하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반응하며 격려해주 듯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나 자신 없는 소극적인 표현도 지나치지 않고 즉시 반응하며 격려해주었다. 한 부모 가정의 유아인 경우 조부모의 품에서 양육되어지기에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정서적인 불안감으로 의존적이고 독립심이 많이 결여되어 있어 안정적인 태도로 생활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유아들에게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힐링 하우스를 만들어주기로 하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느꼈던 낯섦, 두려움, 당황스러움은 교사만이 느꼈던 감정이었을까? 처음 가 본 유치원, 처음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 그곳에서 관계를 맺고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3월의 유아들이 해마다 겪고 있었던 풍경들이 아니었는지.

유아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행복한 집!

낯섦, 두려움, 당황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휴식과 힐링의 공간!

이곳에 꽃잎이 날리고 있다.

오늘도 따뜻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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