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한]"대안학교 설립,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 적성 키워주는 교육기관 다양화 필요"

[이지한]"대안학교 설립,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 적성 키워주는 교육기관 다양화 필요"

학업중단비율 높은 대전, 작년 주민과 마찰로 설립 좌절… 공주 반포에 설치 검토 3년 연속 학력향상 고교 비율 전국 1위, 학습부진학생 책임지도제 운영

  • 승인 2014-04-15 12:25
  • 신문게재 2014-04-16 9면
  •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박수영 기자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박수영 기자
●중도초대석-취임 1년, 교육행정의 베테랑 이지한 대전교육청 부교육감

외유내강(外柔內剛). 부임 1년을 맞은 이지한<사진> 대전교육청 부교육감은 공직사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 부교육감은 9급(세무직)과 7급(행정직)을 거쳐 고위공무원(1ㆍ2급)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비(非)고시 출신 공무원들에게는 '희망아이콘'이다. 느긋한 언변에서도 30년 교육행정의 길을 걸어온 내공이 묻어난다. 업무 처리에서도 빈틈이 없어 보인다. 부임 이후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옛 충남교육청 터 매입, 북부교육청 설립 추진 등 굵직한 교육 현안을 원만하게 처리해오고 있다.

그의 좌우명은 '후회하지 않는 삶', '신속ㆍ정확'이다. 특정집단의 눈치를 보거나 상급자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에 두고 일을 해왔다. 이 부교육감의 이 같은 소신은 고아원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을 잘 극복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이 부교육감을 만나 대전교육정책을 총괄하는 2인자로서 한해를 보낸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부임한지 1주년을 맞았는데 소감은.

▲개인적으로 고향인 대전에서 교육발전에 헌신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주로 중앙정부에서 교육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대전교육청 부교육감으로 부임한 이후 교육현장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신과학고와 관련해 직접 학부모들을 대면하는 등 진취적인 대전교육에 직접 참여했던 지난 1년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 1년간 가장 보람으로 생각하는 것과 아쉬웠던 것은.

▲대전은 지역적으로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교육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질적인 수준이 매우 높아 창의적이고 선진적인 교수학습 방안이 수업에 적용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해 말 전국에서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5개교(가장초, 가오중, 어은중, 만년고, 둔원고)가 선정됐다. 특히 대전어은중과 대전만년고는 최우수학교로 선정돼 대전교육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이외에도 영어과 전국교실수업개선 실천사례 연구대회에서 7년 연속 전국 1, 2등급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7년 연속으로 대전교육청이 공공기관 반부패경쟁력 평가에서 1등급을 수상하였던 것도 매우 자랑스럽고 보람 있게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대전시 고등학생 학업중단학생비율이 타 시ㆍ도에 비해 높아 공립대안학교 신설이 시급하고 절실함에도 지역주민들의 오해로 신설이 좌절된 것을 들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필요하 듯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학교도 필요하다. 대안학교를 세우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여전히 진행중에 있다. 서로 용인해주면서 같이 해나가야하는 데 그렇지 못해 서운하고 아쉽다.

-공립 대안학교, 북부교육청 설립 등 대전교육 현안 해결 방안은.

▲공립 대안학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공립 대안학교에 대해 주민들의 오해로 설립이 무산된 바 있다. 앞으로 옛 충남교육청 시설에 대전교육연수원 분원을 설치하고 그 대신 공주 반포에 있는 연수원내에 공립 대안교육시설을 설치하는 계획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유성구와 대덕구를 관할하는 북부교육지원청 신설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정책으로 인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지원청 신설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지자체 및 시민과 특히, 언론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학부모들의 관심사인 학력신장 방안은.

▲지난해 11월 말 발표된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대전은 '시ㆍ도별 3년 연속 학력향상 고등학교 비율'에서 42.6%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낮았으며 보통학력이상 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높아 대전학생들의 학력 신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청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포기할 수 없다'는 기초 학력 향상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학습부진학생 책임지도제 운영,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활용한 기초학력향상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맞춤형 학력신장 프로그램 및 개별화된 학생 학력 관리 등을 통해 모든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전교육계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보는가.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안학교, 국제중ㆍ고등학교, 대전산업정보학교 그리고 얼마 전에 우리 대전에서 유치한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등 학생,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기관이 설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운 학생이나 개인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기 원하는 학생들에게 체험학습, 적성교육, 진로지도 등의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특수목적학교의 설립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젊은 예비교사 1~2년 임용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선택형 수능 폐지 등 정부의 잦은 대입 정책 변경 교육계가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자주 바뀌어 국민들과 교육수요자들에게 혼란과 신뢰를 주지 못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성장통'으로 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더 바람직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기존의 정책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만드는 정책 변경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린시절 불우한 환경을 겪으며 고위공무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잘알려져 있다. 어렵게 사는 학생들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웠다. 남들과 달리 어렵게 공부했지만 그러나 크게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는 정말 나보다 훨씬 잘난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도시락통을 열 때마다 창피하고 열등감이 생겼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겪었던 시련과 역경이 살아오면서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에 갈 형편도 안 됐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직에 입문했다. 9급 세무공무원으로 시작했지만 세무행정은 나와 맞지 않은 것 같아 1년만에 그만 두고 중앙부처에서 근무해 보겠다는 생각에 7급 시험에 합격해서 새로이 공직의 길을 교육부에서 시작했다.

우리가 사는 동안 부족한 점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열등감도 느낄 수가 있다. 이런 것들이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것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동기가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ㆍ정리=박수영 기자ㆍ사진=이성희 기자

● 이지한 부교육감은…

학력=대전고, 한성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 석사(교육학 석사) 주요경력=7급공채, 서울교대 총무과장, 감사관실 기획감사담당관, 기획조정실 규제개혁법무담당관, 공주대 사무국장(백제교육문화관장 겸임), 서울교육청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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