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다음과 같은 사건은 실제로 있었고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다. 즉 건설경기가 나빠 어려움에 빠진 A건설회사의 이사인 K는 Y시에서 시행하는 수 천 억원에 달하는 하수종말처리장공사에 낙찰되도록 해 달라고 청탁하면서 Y시의 시장에게 1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뇌물을 주었고 이로 인하여 A건설회사는 지명경쟁입찰에서 낙찰되어 공사를 하면서 경영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뇌물사건이 알려지면서 결국 Y시의 시장과 건설회사의 K는 뇌물죄로 처벌되었다. 그런데 A 건설회사의 일부주주들이 이사였던 K씨에 대하여 회사를 대신하여 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이유는 이사인 K씨의 이러한 뇌물공여행위는 법령에 위배된 행위로서 법령에 따라야 할 이사가 그의 임무를 위반한 것이었기 때문에 뇌물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대하여 끼쳤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K씨는 위 금액을 회사에게 배상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K씨의 소송대리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원래주주의 대표소송의 대상이 되는 법령위반이란 상법의 위반을 의미하는 것이며 상법 이외에 형법 등 일반법을 위반한 것은 포함되지 아니한다, 설사 포함된다 하더라도 뇌물공여행위 자체가 바로 회사가 대하여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에 위반되거나 성실의무에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은 없는 것이다. 특히 수주에 성공하여 회사를 살렸으므로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끼친 바가 없으니 K씨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K씨의 주장이 맞을까? 사실 회사입장에서는 이익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가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수주를 하지 못하였다면 회사가 도산될 수도 있었다면 K씨는 A건설회사의 일등공신이 아닌가? 그에게 이미 증뢰(贈賂)죄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는데 또 뇌물상당의 금액을 회사에 반환하라는 것이 지나친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하여 법원(사실은 일본최고재판소임)은 “증뢰행위(뇌물을 준 행위)는 설령 회사의 영업성적향상에 기여하고 회사를 위한 영업활동의 일환이라는 의식 하에 이루어 진 것이라고 하여도 회사정관의 목적 내의 행위라고 할 수 없고 이사의 정당한 업무집행권한을 일탈한 것이고 동시에 증뢰행위를 금지하는 형법규범은 이사가 업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따라야 할 법규의 하나로서 상법 제399조 제1항의 법령위반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면서 K씨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즉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설사 회사를 위한 행위라 하더라도 회사에 대하여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행위로서 주주총회꾼들에게 이익을 공여하여 주주권행사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 행위가 비록 회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사들은 그 이익 공여금액은 법령위반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반환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주총회 꾼들에게 이익을 제공한 경우에 상법 제631조 제1항 1호에 의하여 형사책임도 면할 수 없지만.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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