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환]의학정보 언론노출에 대한 엄격한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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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환]의학정보 언론노출에 대한 엄격한 잣대

[중도프리즘]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 승인 2014-04-13 13:06
  • 신문게재 2014-04-14 17면
  • 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 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 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요즘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탓에 순서대로 피던 매화, 개나리, 목련, 벚꽃 등 온갖 봄꽃들이 한꺼번에 흐드러져 피어버리는 혼돈의 꽃잔치가 벌어졌다. 세상일에는 제 나름대로 순서가 있어야하는데, 온갖 꽃들이 동시에 만개하니 보는 이야 즐겁지만, 순서가 무너져버리니 꽃축제를 준비하던 관련업체들과 특히 양봉업자들이 매우 힘들어한다는 이야길 들었다. 덩달아 봄옷은 팔리지도 않고 곧바로 여름옷 장사로 넘어 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순리대로 봄을 맞이하면 외부나들이가 순차적으로 조금씩 늘어나며, 일광노출과 외부환경에 맞추어 적응해야 할 우리 피부도 올해엔 환경순응의 시간을 놓쳐버렸다.

얼마전 모방송 프로에서 한국인들은 너무 일광노출이 적어 체내 비타민D 농도가 너무 낮아, 그러면 온갖 암에 걸릴 확률(위험도)이 높아져 있으므로, 선크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일광노출을 늘여야한다는 방송을 한 후, 피부과에서 미용치료를 받던 사람들이 '그럼 선크림을 바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의했고, 따뜻해진 날씨속에 꽃잔치를 다녀온, 한여름에나 볼 수 있는 일광화상환자를 진료실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우연이었을까?

요즘 방송매체나 언론 심지어 인터넷등 여러 공공매체에는 의학관련 정보가 넘쳐난다. 대중성과 보편성을 기본가치로 하는 다중매체에 특정 의학정보가 실리면, 속성상 노출된 의학정보가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국민을 믿게 만들고 따라하게 해 국민건강에 많은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교묘하게 위장한 유혹적인 광고나 편협된 시각의 의학지식(소위 설이라는 편이 맞다)이 정제되지 않고 무분별한 상태로 국민에게 노출되면 국민건강을 바람직하지 않는 상태로 이끌어간다. 그래서 전문가집단인 의협에서는 국민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공매체에 노출되는 의료광고에 대해서 사전 검열과 허가를 통해 국민을 호도할 수 있는 잘못된 내용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그러나 방송매체를 통하여 특집이나 대담프로등에서 절제되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비전문적인 의학지식(?)들은, 국민들이 너무 쉽게 정설로 받아들이고 비판없이 따르게 되는 위험이 크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민건강에 관계된 특집방송이나, 드라마, 대담프로등은 제작준비 단계에서부터 방송내용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과 감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피부과에서 피부노화를 일광노화(광노화)라고 부를 만큼 과도한 햇볕노출은 피부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햇볕노출은 검버섯, 기미, 주근깨와 같은 색소질환을 유발해 맑고 깨끗한 피부를 갖기를 원하는 여성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아쉽게도, 일광노출로 체내 비타민D 농도를 높여서 얻어지는 암예방 효과를 높이는 것과 일광노출을 줄여 피부암 발생위험을 줄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우리 건강에 유효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교연구는 없다. 많이 알고 있는 일광노출이 우울증 예방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까지도 치료효과가 햇볕자체의 효과인지, 햇볕을 쪼이기 위해 외부활동을 증가시킨 결과인지조차 의견이 분분한데, 비타민 D를 통한 암예방을 위해 선크림을 덜 바르고 햇볕에 나가라고 부추기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물론 의학적인 지식에는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기본 가치가 바뀔 수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조량이 변화가 심한 나라에서는 적절한 일광노출과 일광차단에 대한 적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환경오염과 지구 오존층의 변화로 과도한 일광노출은 지난 한세대 동안 직접적으로 우리 삶에 나쁜 영향을 주었으며, 결과적으로 피부암 발생이 두배나 증가했고, 우리 몸에 생기는 10대 암중 하나로 피부암 발병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충분히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지식이 무분별하게 방송이나 언론에 노출되면 불필요한 사회적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되고, 이 또한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임에 틀림없다.

언론매체에 정제되지 않은 의학정보가 일반대중의 삶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의학정보에 대한 방송 및 언론노출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사들의 의료광고 심의기준같은….

또한 공공매체 속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진 잘못된 의학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다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본인이 질 수 밖에 없다는 걸 국민 스스로도 알고, 이를 선별하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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