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얼마 전 올해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자신이 속한 학교가 성적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므로 소속감이나 자긍심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에 수업 외에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1시간 이하인 학생들이 대부분으로 공부에 대한 열정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필자는 사람들의 능력이라는 것은 분야별로 특별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전 과목을 두루 잘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특정 과목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도 있고 오히려 특정과목에 매우 취약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능력이라는 것은 대학교 입학성적으로 서열화되거나 정량화 되기 어렵다. 그러나 학생들의 머릿속에서는 입학성적에 따른 스스로에 대한 서열이 상당히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기성 사회가 쥐어 짜 놓은 잣대를 이용하여 그들에게 발급한 심지어 일회성에 가까운 성적표일 뿐 학생의 입장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일일 것이다.
필자가 우리 대학에 입학해 그리고 대학원 생활을 통해 또 대학에 교수로 부임해서 계속 몸으로 확인해 온 것은 우수한 학생보다 성실한 학생들의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최고의 대학에 입학했다 하더라도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은 결코 학업에 필요한 정보를 체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졸업 이후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가 없다.
대학의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능력이라고 본다. 여기에 학생들이 추가되면 그야말로 상승작용의 효과가 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대학의 대학원은 학교의 서열에 따른 그리고 학벌을 개선하고 싶어하는 도미노식 대학 이동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원의 전공은 학교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학부가 다른 경우 새로 입학한 학교의 학부 과목을 다시 공부하지 않는 한 대학원에서 필요한 학습 및 연구능력에 심각한 공백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기가 쉽다. 그리고 상대방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에 학생과 교수는 서로에게 무책임한 수강생과 강의자로 만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교수와 학생의 상생효과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학 교수는 시험 성적으로 뽑지 않는다. 요즘 임용되는 대학 교수들은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해 우수한 논문을 많이 작성해서 당시의 실적으로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대학 교수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도 않으며 교수 임용이 입학전형과 같지도 않다. 따라서 학교간의 교수들 사이에 우열을 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신임 교수가 중견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또 다시 많은 연구와 논문 등 실적을 전제로 한다. 교수들의 세계에서도 성실성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볼 수 있다.
만나는 학생마다 이야기 해 주고 말은 정말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내려면 그리고 전공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현재 학교의 교수님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실한 학생과 성실한 교수가 만나는 것은 대박을 예고하는 일이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그 자긍심은 개나 줘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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