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단행한 인사 가운데 정부대전청사 외청장들의 인사는 '전문성'에 강조한 결과, 조달청은 1961년 창설 이후 두 번째 내부 발탁으로 민형종 청장을 맞이했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인 민형종 조달청장은 1980년 공직에 입문한 뒤 35년간 조달청에서 근무하며 구매사업국장, 전자조달국장, 기획조정관, 차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조달행정의 전문가로 꼼꼼하고 치밀한 업무 스타일로 누구보다 더 조직 내부에서 신망이 두텁다.
민청장은 35년간 조달행정의 한 길을 걸어온 전문가답게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취임 1주년을 맞은 민 청장은 지난 1년 동안 기업 현장 40여곳 방문과 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도 30여차례나 가졌다. 매주 기업 현장 1곳 또는 기업관계자 간담회를 가진 셈이다.
민 청장의 현장 중심 행정은 인증부담과 납품 품질검사부담, 서류부담 등 3대 조달행정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는 성과를 냈다. 또 현장에서 청취한 여론과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100대 혁신과제를 선정한 후, 일관적ㆍ체계적으로 추진한 결과, 최근 99개 과제를 완료해 '공공조달을 통해 창조경제ㆍ경제부흥을 이루겠다'는 신념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민 청장은 “창조경제의 주체인 벤처 및 창업기업, 중소기업 등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안정된 판로를 가질 수 있도록 조달청이 지원할 계획”이라며 “또한 공유와 개방을 중시하는 '정부의 3.0'에 맞게 공공 조달시장의 투명성 확보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취임 2년차의 업무 방향을 설명했다.
본보는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았던 민청장을 만나 그동안 조달행정의 성과와 올해 정책 방향 및 발전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해 3월 조달청 개청 65년 역사 가운데 두번째 내부 청장으로 발탁돼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소회를 밝혀달라.
▲'희망의 새 시대, 공직자'의 새로운 역할과 각오가 요구되는 시점에 청장으로 임명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며 일해왔다고 자부한다. 지난 1년 동안 '공공조달수요를 활용한 창조경제 지원'과 '고객중심 조달서비스 혁신', '정부 3.0 패러다임의 일하는 방식 혁신' 등에 중점을 두고 조달행정을 운용해 왔다. 특히, 조달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에 대한 효과를 체감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많이 다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중소기업으로부터 조달, 창조경제 관련 조달, 서비스 조달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공공조달을 통해 창조경제ㆍ경제부흥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조달행정 혁신 방안 추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난해 공공조달을 통한 창조경제 지원과, 고객중심 조달서비스 혁신을 위해 100개 과제로 이루어진 '조달행정 혁신방안'을 마련, 전 직원이 합심해 일관적ㆍ체계적으로 추진한 결과 99개 과제를 완료했다.
특히 중소기업 등 약자기업 조달비중 확대로 일자리 창출 및 지속가능한 경제 뒷받침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 구매 비중의 경우, 지난 2012년 76.6%(15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78.1%(17조.5000억원)으로 , 여성기업 조달비중은 2012년 5.9%(2조원)에서 지난해 6.3%(2조400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또 창조경제 관련 조달 확대로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개발제품 구매비중이 2012년 10.9%(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2.7%(2조8000억원)으로, 우수조달물품 중 미래유망산업제품 비중은 2012년 9.7%→지난해 11.9%등으로 각각 증가했다.
신상품 개발에 따른 나라장터 쇼핑몰 거래품목은 2012년 33만개에서 지난해 37만 품목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수요자의 86%, 조달기업의 73%가 조달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을 조달분야에서 지원하고, 비정상적인 조달관행을 정상화시키는 등 제2기 조달행정 혁신을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ㆍ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뇌물수수 등의 입찰비리를 한번이라도 저지른 기관은 입찰업무를 2년간 조달청에 강제로 위탁하게 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이 관심을 받고 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관련, 조달청 차원의 대책에 대해 설명해달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연간 120조원에 달하는 공공조달의 적극적인 역할과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ㆍ수출 균형 경제' 등 3대 핵심전략의 틀 내에서 공공조달을 통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은 외부위탁을 통해서라도 공공기관의 입찰비리를 근절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우선, '원스트라이크 아웃'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기관 조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데 공동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조달관련 지식과 정보, 베스트 프랙티스를 상호 공유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통으로 수요로 하는 물자에 대한 조달계약을 적극 개발해 공공기관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전담반을 구성, 공공기관별 주요 조달품목 사전 파악과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마련할 것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춘 혁신형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력을 갖춘 혁신형 중소기업이 조달시장을 통해 판로를 확대하도록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그동안 혁신형 중소기업이 신기술제품을 개발하고도 실적이 없어 공공기관 납품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혁신형 중소기업들이 판로 걱정 없이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들이 개발한 신기술 제품을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 우선 구매하고, 전시회 등을 통해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선금 지급, 네트워크 론 등 유동성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구매비중이 지난해 12.7%(2조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p%(6000억원) 증가했다. 앞으로, 혁신형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로봇 등 첨단 융합제품, 부품ㆍ소재, 소프트웨어와 같은 신성장 산업분야 혁신형 중소기업을 중점 지원할 방침이다.
-'2014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가 2일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열린다. 이 행사의 개최 배경과 발전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조달청은 중소ㆍ벤처기업의 판로지원을 위해 우수조달물품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는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를 매년 4월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 전시회는 ICT융합산업 및 새싹기업 지원 등 공공조달을 통한 창조경제의 실현과 우리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술우수제품관은 전자통신 사무기기 기계장치 건설환경 등 4개 테마에 맞는 첨단제품들을 전면 배치해 홍보효과를 높이고 정부조달관에서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신성장동력관'을 운영하고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의 모든 프로세스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6개국 19개사의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여 국내기업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는 '해외시장진출관'을 별도로 운영된다. '문화와 동반성장'을 캐치프레이즈로 꾸며지는 전통문화상품관은 우리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공간이다.
나라장터 엑스포가 기술력이 우수한 유망 중소기업의 국내 판로는 물론 해외 조달시장 진출의 토대를 제공하여 창조경제 지원의 장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 건설업계가 수주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의무공동도급제 등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민간부문 발주물량이 2011년 74조 1000억원, 2012년 67조 4000억원, 2013년 55조 2000억원 등으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공공부문에서 지역건설기업 지원이 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조달청은 지역제한 입찰, 지역의무 공동도급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건설기업의 수주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지역건설기업 수주실적은 10조 3857억원으로 조달청이 집행한 전체공사(15조 4325억원)의 67.3%를 차지, 이는 2012년 64.9%(9조 3092억원/14조 3346억원)에 비해 2.4%p 상승한 수치다.
지역건설기업이 많이 참여하는 전문ㆍ전기ㆍ통신ㆍ소방공사에 대한 지역제한 기준금액을 현행 국가계약법령상 기준 7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또 많은 지역기업들이 하도급을 통해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격심사시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이 20% 이상인 경우 가점(1점) 부여 등 지역기업에 하도급하는 입찰자에 인센티브 부여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지역건설기업에 신속하고 투명한 대금지급이 이뤄지도록 지난해 조달청이 구축한 '하도급지킴이' 시스템 이용을 확산해날 것이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이나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등 공공 건축물의 건설이 활발한 가운데 우수한 성능의 공공건축물이 요구되고 있다. 공공건축물의 품질 향상을 위한 조달청 차원의 노력은 어떤 것이 있는가.
▲공공건축물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사업 초기단계(기획ㆍ설계 등)에서부터 관리가 필수적이다.
조달청에서는 공공건설사업 관리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설계의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설계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하는 제도개선을 기재부에 건의, 관련 규정 개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200억원 이상 건축분야 총사업비 관리사업에 대해 설계 적정성 검토업무를 수행 중 이다.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 올 1분기동안 설계 검초 대상 9개 사업, 설계 검토액 4661억원, 설계오류 정정 516건, 품질개선 259건 등으로 147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공공건축물의 품질 향상과 예산절감을 위해 대상사업을 현행 건축사업→ 건축 및 토목사업으로 확대 설계검토 사례집을 발간하여 수요기관의 사업기획 및 설계 지원 설계검토 전문성 확보를 위한 필요인력 확충 및 교육 강화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날 것이다.
-30여년 동안 조달청 차장, 기획조정관, 구매사업국장, 전자조달국장 등을 거치면서 조달 행정전문가로 탁월한 기획력을 발휘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제2의 민형종 조달청장'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세부사항에서 한두가지 독소로 인해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이 있다. 이는 조달청 업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후배들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조달청 업무는 실제 시장에 참여하고 세밀하게 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조달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책상머리가 아니라 현장중심으로 제도의 영향력을 체감하면서 세부적인 사항까지 직접 챙기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담합 고발요청권, 공공조달 통계작성 권한 및 설계 적정성 검토 업무가 새롭게 부여되는 등 조달청의 업무영역이 다양해지고 위상도 높아지는 등 오랜 역사와 더불어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도 조달 공무원들이 전문성과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의 관점에서 계속 변화ㆍ혁신해 간다면 조달청과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미래는 더욱 더 밝다고 확신한다.
대담=백운석 경제부장ㆍ세종본부장(부국장) 정리=배문숙 기자ㆍ사진=이성희 기자
●민형종 청장은…
▲학력:광주제일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미국 일리노이대학원 석사(경제학),충남대 박사(경영학)▲주요경력:행정고시 24회, 부산지방조달청장,서울지방조달청장, 조달청 시설국장, 전자조달국장, 구매사업국장, 기획조정관, 조달청 차장, 조달청장 ▲상훈:홍조근정 훈장(2000년), 국무총리 표창(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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